재생화장지 재생비누 등 재활용상품의 판로가 사라지고있다.

최근 유명백화점들이 잇따라 재할용품판매코너를 폐쇄한데다 과천 정부
제2종합청사를 비롯한 상당수의 공공기관 매점도 환경상품의 상설판매를
외면하고있다.

12일 한국재활용연합회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서울시내 10개
백화점이 재활용품매장을 운영해왔으나 올들어 4곳이 폐쇄됐다.

애경백화점의 경우 재활용매장이 지하로 옮겨져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힘든데다 지속적인 매출감소로 인해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들어 지난 1월
판매코너를 없애버렸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도 장소를 무료임대해주고있는 백화점측의 요구로
지난달 재활용품코너를 철수했다.

백화점관계자는 "표면상으로는 백화점 내부공사에 따른 장소부족을 이유로
들고있지만 주부들이 가져오는 재활용쓰레기를 재활용상품과 교환해주다
보니 매장이 지저분해지는 등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재활용품판매실적이 가장 높은 롯데잠실점 "그린 코너"의 경우 재생비누
화장지 액자 행주 쓰레기통 등을 판매해 하루평균 10만원안팎의 매상을
올리는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함께 지난 92년 제정된 국무총리훈령은 전국 90여개 공공기관에
재활용품및 환경상품 판매코너를 설치토록하고있으나 상당수의 연금매장이
공간및 수요부족을 이유로 이를 꺼리고있다.

특히 가장 큰 규모의 공공기관인 과천 제2정부종합청사의 경우 재활용품
전문판매코너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일반 판매대에서도 재활용품을 전혀
판매하지않고 있다.

정부청사 관리사무소내 후생관의 이효진씨는 "지난해 알뜰교환시장을
한번 열었을 뿐 평소에는 재활용품을 취급하지않고있다"고 실정을 말했다.

이처럼 재활용제품의 판로가 막히면서 조업을 중단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프라스틱을 재활용해 용기를 제작해온 부산 영성공장은 재정난을 견디지
못해 올해부터 공장가동을 중단했다.

이회사의 김영규사장은 "판매유통망이 부족하고 소비자들도 고급품을
선호하고있어 회사를 폐쇄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재생비누업체인 협성산업의 김은규 사장은 "환경단체나 관공서
보급도 줄어들어 매출이 지난해보다 20%이상 감소했다"며 "2년전만 해도
20여개 사업장에 달하던 재생비누업체가 현재는 3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기홍 한국재활용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구매도 한정돼있는데다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이어서 유통판매경로를 확보하기 힘들다"며 "일부
백화점의 재활용품코너도 시민단체와 함께 자발적으로 운영할 뿐 근본적인
판로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 조일훈/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