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개발전문가도 꺼리는 땅이 있다.

지형이 역삼각형이거나 규모가 소규모일 경우다.

공사가 어렵기도 하지만 토지이용도가 떨어져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봐도
수지를 맞추기 힘들다.

대부분의 개발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개발보다는 나대지상태로 파는게
최선이며 그나마 매매가 여의치 않으면 땅을 놀리는게 차선"이라고 고객을
설득하곤 한다.

지난해 12월 20평짜리 역삼각형 자투리땅(서울 마포구 합정동 426-36)에
지하1층 지상4층 원룸형 다가구주택을 지은 최영우(50)는 이러한 악조건
에서도 건축사와의 개인적인 유대관계, 수요자를 겨냥한 주택형태결정
등으로 개발에 성공했다.

최씨의 땅은 소방도로가 생기면서 모서리 부분이 잘려 역삼각형 모양이
된데다 규모도 20평으로 일반주거지역의 건축가능최소면적(27.2평)보다
작았다.

최씨는 나대지의 활용방안이 마땅치 않아 처음에는 매각키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주변시세가 평당 400만-450만원에 형성돼 있지만 이 땅은 효용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평당 350만원의 헐값에도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개발쪽으로 눈을 돌린 최씨는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친구인
김영출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신토건축사 소장 김씨는 "견적을 뽑아보니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발이 잘못됐을 경우에는 우정마저 금이가는 불상사가 초래될 수 있어
처음에는 개발을 유보하라고 권하기도 했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거듭된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던 김씨는 결국 지난해 6월 "자의반
타의반"으로 개발동반자로 나서게 됐다.

김씨는 건축법상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부지면적 27.2평이하는 구청의
건축심의위원회를 통과해야 건축이 가능했기 때문에 먼저 인허가문제를
풀어야 했다.

마포구청은 건축심의에서 이 나대지가 소규모 필지임을 감안, 법정건폐율을
60%에서 70.6%로, 다가구주택의 법정최대층고를 3층에서 4층으로 각각완화해
주었다.

대신 주차장을 설치하고 2.8평을 도로후퇴선으로 남기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따라 김씨는 지난해 9월 70.6%와 282.5%의 건폐율과 용적율을 적용,
건축에 들어갔다.

그러나 개발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공사라서 주택형태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김씨는 전형적인 주택가를 형성하고 있는 이 지역의 전세입자 80-90%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신혼부부라는 것을 파악했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주택이 10년을 넘긴 노후주택이어서 깔끔한
주거환경을 선호하는 젊은층의 기호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씨는 이러한 지역여건을 반영, 젊은층이 선호하는 원룸주택으로 결정
하고 지상1층 주차장(12.6평)을 제외한 지상2층(")-지상4층(")에 각각
원룸식 다가구주택 1가구씩 모두 3가구를 만들었다.

총비용은 건축비가 9,480만원(평당 190만원선), 기타경비가 500만원 등
모두 9,980만원이 소요됐다.

분양은 건물완공시점인 지난해 12월 모두 완료됐는데 개발이익은
전세보증금 1억2,600만원(가구당 4,200만원)에서 총비용을 제외한
2,600여만이 나왔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