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356) 제9부 대관원에서 꽃피는 연정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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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째 되는 날 저녁 무렵,보옥이 희봉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가려는 듯
숨이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였다.
대부인을 비롯한 일가친척들이 보옥의 임종을 지키려는 듯 보옥을
빙 둘러 서 있었다.
모두들 침통한 얼굴로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
특히 대부인과 왕부인은 눈물에 젖을 대로 젖어 온몸이 녹아 내릴 것만
같았다.
습인과 평아, 그외 다른 시녀들도 뒤쪽에 둘러서서 슬피 울었다.
"어, 보옥 도련님 눈꺼풀이 움직여요"
누가 외치자 모두들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보옥을 내려다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보옥이 두 눈을 껌벅이더니 번쩍 떴다.
그 두 눈은 퀭하긴 하지만 발광할 때의 그런 눈이 아니었다.
눈빛이 차분하게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보옥아, 보옥아, 나를 알아보겠니?"
왕부인이 보옥의 몸을 잡아 흔들며 소리를 높였다.
보옥이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이제 우리 보옥이가 살았어요.
제정신이 돌아왔어요"
왕부인이 감격해서 사람들을 둘러보며 외쳤다.
"아니에요.
나는 살지 못해요.
바로 저기 저승사자가 날 데려가려고 와 있는 걸요.
진종이도 날 마중하려고 나와 있어요.
난 마지막으로 세상을 한번 보기 위해 눈을 떠본 거예요"
그러면서 보옥이 그리운 식구들과 일가친척들의 얼굴을 죽 둘러보았다.
"아이구, 내 새끼야. 네가 먼저 가면 난 어쩌라고"
대부인이 말도 제대로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쓰러지려고 하여
가정이 옆에서 부축해 드렸다.
그때였다.
똑 똑 똑. 목탁 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그리고 굵직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나무해원얼보살"
그러자 또 다른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이 집안에 미친병으로 죽게 된 사람 있으면 구해드리리다"
해원얼보살이라는 말은 불교에 관심이 많은 대부인도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아무튼 해원얼이라고 했으니 원통하고 불길한 일을 풀어주는 좋은
보살임에 틀림없었다.
"저 중들을 불러라"
대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가정에게 말하자 가정이 어머니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고 하여 또 한번 속아보자 하고 그 중들을 불렀다.
두 사람의 중이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니, 하나는 머리에 부스럼이
덕지덕지 나 있었고 또 하나는 한쪽 발을 몹시 저는 절름발이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4일자).
숨이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였다.
대부인을 비롯한 일가친척들이 보옥의 임종을 지키려는 듯 보옥을
빙 둘러 서 있었다.
모두들 침통한 얼굴로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
특히 대부인과 왕부인은 눈물에 젖을 대로 젖어 온몸이 녹아 내릴 것만
같았다.
습인과 평아, 그외 다른 시녀들도 뒤쪽에 둘러서서 슬피 울었다.
"어, 보옥 도련님 눈꺼풀이 움직여요"
누가 외치자 모두들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보옥을 내려다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보옥이 두 눈을 껌벅이더니 번쩍 떴다.
그 두 눈은 퀭하긴 하지만 발광할 때의 그런 눈이 아니었다.
눈빛이 차분하게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보옥아, 보옥아, 나를 알아보겠니?"
왕부인이 보옥의 몸을 잡아 흔들며 소리를 높였다.
보옥이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이제 우리 보옥이가 살았어요.
제정신이 돌아왔어요"
왕부인이 감격해서 사람들을 둘러보며 외쳤다.
"아니에요.
나는 살지 못해요.
바로 저기 저승사자가 날 데려가려고 와 있는 걸요.
진종이도 날 마중하려고 나와 있어요.
난 마지막으로 세상을 한번 보기 위해 눈을 떠본 거예요"
그러면서 보옥이 그리운 식구들과 일가친척들의 얼굴을 죽 둘러보았다.
"아이구, 내 새끼야. 네가 먼저 가면 난 어쩌라고"
대부인이 말도 제대로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쓰러지려고 하여
가정이 옆에서 부축해 드렸다.
그때였다.
똑 똑 똑. 목탁 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그리고 굵직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나무해원얼보살"
그러자 또 다른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이 집안에 미친병으로 죽게 된 사람 있으면 구해드리리다"
해원얼보살이라는 말은 불교에 관심이 많은 대부인도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아무튼 해원얼이라고 했으니 원통하고 불길한 일을 풀어주는 좋은
보살임에 틀림없었다.
"저 중들을 불러라"
대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가정에게 말하자 가정이 어머니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고 하여 또 한번 속아보자 하고 그 중들을 불렀다.
두 사람의 중이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니, 하나는 머리에 부스럼이
덕지덕지 나 있었고 또 하나는 한쪽 발을 몹시 저는 절름발이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