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서적의 붐을 일으킨 ''메가트렌드''의 저자로 세계적 미래학자이자
경제평론가인 존 나이스비트 박사가 13일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경제신문사 초청으로 내한한 나이스비트 박사는 15일 서울 호텔 롯데
에서 열릴 ''제7회 한경독서대학''에서 한국 기업인과 독자 등을 상대로
강연한다.

그는 이 강연에서 한국경제신문사가 최근 출간한 자신의 저서 ''메가트렌드
아시아''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아시아의 미래상에 대한 견해를 구체적
인 사례제시와 함께 설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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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호텔 롯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나이스비트박사는 "화교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아시아의 르네상스가 도래하고 세계 경제의 중심이
한국과 중국등 아시아로 옮겨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의 21세기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한국의 지속적인 고도성장이
예상되긴 하지만 대기업의 경제력집중이 핸디캡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그와 가진 일문일답이다.

-현재 대만과 중국간의 긴장상태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시아 경제 전문가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 나이스비트박사 =먼저 나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아시아 관계를 연구해
왔다는 점을 밝혀 두고자 한다.

정치적인 국제관계를 연구하는 차원에서 아시아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관점에서 지금 대만과 중국간의 경제적 협력관계가 아닌 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집중돼 있는 것은 유감이다.

대만과 중국간 관계를 이해하려면 우선 양국간의 경제적 협력관계를 파악
해야 한다.

대만과 홍콩에 있는 중국사람들은 중국 본토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나온 통계만 봐도 대만은 중국에 27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비공식적으로는 2배정도인 500억달러가 투자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작년에는 400만명 이상의 대만인들이 중국을 방문했다.

이처럼 대만과 중국은 지속적으로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확대 발전될 것이 확실하다.

이러한 경제적 협력관계를 보지 않고 관심의 초점이 양국간의 정치-군사적
긴장관계에 집중돼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중국의 이번 긴장유발은 오히려 이등휘총통의 재선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대만의 선거 이후에는 다시 중요한 경제적 이슈로 세계,
특히 서구의 관심이 집중되길 바란다.

-"메가트렌드 아시아"는 한국의 대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이같은 불균형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 나이스비트박사 ="메가트렌드 아시아"에서 나는 한국의 기업구조 특성에
대해 "톱 헤비(Top Heavy)"라는 용어를 썼다.

"톱"이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 또는 재벌에 대한 경제력 집중이 지나치다는
뜻이다.

한국을 제외하고는 전세계적으로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나라는 일본 밖에 없다.

한국의 10대 대기업그룹은 전체 한국 경제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의 경우만 봐도 500대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경제력의 비중은 전체의
10%정도 밖에 안된다.

이제 한국이 또한번 도약해야 할 단계라는 관점에서 볼 때 대기업 경제력
집중문제는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한국 정부와 대기업들이 솔선해서 중소기업에 대한 육성책을 강구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 경영전략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진취적인 기업가정신을 살려나갈 수
있는 창의적인 기업인들의 중소기업 창업과 경영을 적극 지원해 줘야 할
것으로 본다.

한국에서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비대한 대기업들이 아니라 수백 수천개의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이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봐도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금방 엿볼 수 있다.

지금은 웬만한 국가의 기업들은 대부분 일정한 수준 이상의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제 정작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신속하게 시장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따라서 작은 회사의 기민한 대응력과 빠른 효율성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무겁고 큰 회사, 즉 대기업들의 둔하고 관료주의적인 성격을 능가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이 소중한 지위에 올라설 때가 된 것이다.

한국의 경제발전사를 보면 일본의 모델을 많이 따라왔다는 인상이 짙다.

그러나 일본 경제를 자세히 관찰했을 때 얻는 결론은 대기업의 존재가
일본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된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등으로 일본 경제는 지난 5년간 정체현상을 보였고 앞으로
2000년까지는 가장 좋은 조건이 갖춰진다해도 무성장 또는 저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것이다.

-"화교 네트워크"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이 주제인 것으로 이해된다.

네트위크라는 용어의 구체적인 뜻은 무엇인지, 또 아시아로 경제적인 힘이
어떻게 이동해올 것인지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

<> 나이스비트박사 ="메가트렌드 아시아" 1장의 소제목으로 "민족국가중심
에서 네트워크중심으로의 변화"를 정했다.

네트워크란 말을 이해하려면 인터넷을 연상하면 된다.

전세계 5,000만 가입자가 사용하고 있고 90년대말이 되면 1억명이 가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터넷에 바로 네트워크의 원리가 통용되고 있지 않은가.

중국 본토가 아닌 세계 각국에 거주하고 있는 화교인구는 5,700만명이다.

이들의 수많은 그룹들이 얽히고 설켜 인터넷 통신망처럼 연결된 것이 화교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화교 네트워크의 특징은 중앙집권적이지 않다는데 있다.

인터넷의 사용자가 누구나 자신이 일부분이 아니라 중심에 서 있다는 느낌
을 갖는 것처럼 화교 네트워크에 들어있는 사람들도 자신이 중심에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예컨대 내가 누리고 있는 인터넷의 혜택에 비유해볼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미국 콜로라도주 산간지방의 3,000피트 고도에 위치해
있다.

나는 산꼭대기에 있는 집에 들어 앉아서도 인터넷을 사용하면 모든 곳이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중심에서 활동할 수 있는 관계, 이것이
네트워크의 개념이다.

비단 화교뿐만 아니라 인도인들도 1,000만여명을 헤아리는 해외거주자들간
에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

이들의 경제적 수입은 3,700억달러에 이를 정도다.

이런 경제력과 인도 국민 9억4,000만명이 하나의 강력한 네트워크로 연결
됐을 때 엄청난 힘이 발휘 될 것이다.

네트위크는 이러한 민족단위 뿐만 아니라 국가내 산업단위에서도 형성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생산과 연구 판매 협력업체 등이 결합한 하나의 네트워크가
가동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패션이나 금융 여성등 전문화된 개별 영역에서도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거나 이미 위력을 나타내고 있다.

미래를 대비하는 기업인이라면 세계를 변혁시키는 이런 네트워크의 정체를
정확히 관찰해야 한다.

-화교 네트워크에 주목하라는 말을 들으니 중국과 이웃한 한국의 미래상이
궁금해진다.

한국사회는 아시아권이 미래의 중심이 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가.

<> 나이스비트박사 =한국 경제의 앞날은 날로 변화하는 세계 시장(Global
Market)에 얼마나 신속하고 혁신적으로 대처하느냐 하는 과제에 달려 있다.

물론 한국의 장래는 100% 한국민이 어떻게 일하고 노력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단지 조언할 수 있는 것은 과거 20~30년간 한국이 보여온 초고속성장을
지속할 수 있으려면 당장의 커다란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기업에 대한 경제력집중이 될 것이다.

이를 해소하고 비즈니스차원에서의 산업별 시장별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간다면 한국의 장래는 아주 밝을 것으로 본다.

한국인이 포함된 아시아인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체제와 구조를 점진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분단돼 있는 한국도 서구적인 정치 시스템이나 문화를 따를 것이 아니라
장차 세계를 주도할 아시아적인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 적응해 나간다면
멀잖아 통일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세기가 되면 지속적인 경제협력과 정치협상을 통해 남북한 통일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남북한 통일은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서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그런
점진적인 과정이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 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