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FSO사를 인수하기위한 경합이 치열했던 것을 알고 있는데요.

<> 김회장 =자동차사업은 전체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FSO인수에는 2만명이나 되는 인력을 떠안아야한다는 점 때문에 다른
업체들은 망설였으나 시각을 넓혀보면 이것은 별문제가 아닙니다.

폴란드는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생산을 늘리면 인력과잉이라는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결되는게 아닐까요.

-대우가 FSO등 동유럽회사를 인수한데 대해 현지 근로로자들의
거부반응이 적지않다고 들었습니다만.

<> 김회장 =생전 처음듣는 아시아 자동차메이커한테 회사가 넘어간데
따른 일종의 불안감같은 거 겠지요.

하지만 여기사람들은 여간해서 파업을 하지않습니다.

얼마전 루마니아 로대공장의 근로자들이 농성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루마니아대통령이 수도 부카레슈티에서 2백km나 떨어진
로대공장까지 날아와 근로자들을 설득하더군요.

이 사건을 계기로 현지 근로자들로부터 "앞으로 5년동안은 절대로
파업을 하지않겠다"는 각서를 받아놓았습니다.

-폴란드 루마니아 체코 우즈벡 등 도처에 거점을 마련했는데 해외에서의
자동차 생산계획을 종합적으로 한번 정리 해주시겠습니까.

<> 김회장 =폴란드에는 2000년까지 5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할 수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루마니아 20만대, 체코 7만5천대(상용차), 인도와 우즈벡이
각각 20만대 입니다.

여기에 이란 인도네시아 중국 필리핀공장 등을 합치면 2000년대초엔
해외생산능력이 1백50만대에 육박할 겁니다.

-폴란드가 가장 큰 규모인데 FSO와 FSL에서는 어떤 차를 만들게
되는지요.

<> 김회장 =FSO공장에선 현재 생산중인 폴란드 국민차(폴로네즈)외에
이달말부터 에스페로와 티코 2개 차종이 더 나옵니다.

FSL은 이미 넥시아(르망)의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티코와 넥시아에 대한 현지소비자들의 반응도 괜찮고요.

앞으로는 FSO에선 내년초 폴로네즈의 마이너체인지 모델을 선보이고
98년부터는 르망과 에스페로의 후속모델도 생산할 계획입니다.

규모는 연간 20만대로 잡고 있고요.

-문제는 생산이 아니라 판매라고 보는데요.

그 많은 차를 다 어디에다 팔지요.

<> 김회장 =우선은 현지 내수시장이죠.

폴란드의 경우 근로자들 월평균 임금은 3백50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공식적인 소득수준은 낮습니다.

하지만 부수입이 많아 실제 임금은 봉급의 1.5배에 달하는데다 맞벌이가
보통이어서 구매력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다음으론 EU(유럽연합)시장을 꼽지요.

98년께면 EU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쿼터제를 시행할 거예요.

동유럽공장들이 제궤도에 오르는 시기죠.

아마 50만대 정도는 서유럽지역에 수출할 수있을 겁니다.

-대미수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언제로 잡고있습니까.

<> 김회장 =내년 9월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소형차가 아니라 프린스 후속모델인 2천2백cc급 중형차 "t-100"으로
공략할 작정입니다.

소비자도 자중이 아니라 학생층이나 주부등과 같은 특정고객을 타킷으로
잡아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펼칠 방침이예요.

물량은 15만대 정도로 잡고있습니다.

-해외공장이 늘어나다 보면 관리하는데도 적지않은 애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습니까.

<> 김회장 =현지법인이 근로자 봉급도 다주고 파이낸스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죠.

또 금융업에 진출한다든지 하는 사업다각화가 필요하면 그 또한 각법인이
알아서 하면 되는거 아닙니까.

일부에서는 서유럽본사를 세워 서유럽의 현지법인을 관장케하는 식의
통합조정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럴 필요없어요.

그런게 있으며 오히려 독립법인체의 사업을 간섭하게 돼 아무것도
안됩니다.

궁극적으로 "무국적"기업이 돼야 한다고 봐요.

-모든 것인 현지법인에 맡기려면 엄청난 인원의 매니져가 필요할텐데
무슨수로 확보하지요.

<> 김회장 =제가 작년에 "50대이상 임원을 전원 해외로 내보내겠다"고
한게 바로 이걸 염두에 둔겁니다.

현재 해외에 있는 대우그룹 업체수가 2백70개입니다.

2000년엔 6백개정도로 늘어나겠지요.

한곳에 임원 4명을 파견한다고 해도 2천4백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50대이상 임원을 모두 해외로 내보내 현지법인을 운영토록
하겠다는 얘기입니다.

50대이상 임원을 파견하려는데는 물론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폴란드 자동차시장은 10년전의 한국과 상황이 비슷합니다.

따라서 대우의 경험있는 임원들이 폴란드공장을 운영하면 앞으로
뭘해야할 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하게 알 수있지 않겠습니까.

-영국 로더사 인수건은 잘 돼가고 있습니까.

<> 김회장 =이달말께 결론이 날 겁니다.

작년에 인수가계약을 한 오스트리아 슈타이어사도 GM 벤츠 등
구미메이커들의 방해로 아직까지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쨋튼 올 상반기중엔 영국과 오스트리아중 한 곳에 종합연구센터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엔지니어를 3천명까지 늘려 10년후 선보일 모델을 개발하는 "선행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겁니다.

-대우가 과연 그 많은 해외공장을 지을만한 돈을 마련할 수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않은데요.

<> 김회장 =모르고 하는 애기예요.

루마니아 로대공장을 예로 설명하면 그만한 공장을 한국에 지으려면
10억달러로도 모자랄 겁니다.

하지만 우린 단돈 1억5천만달러로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98년까지 25억달러 정도의 추가투자가 필요하나 그때쯤이면 기술이전에
따른 로열티가 5억달러정도 들어오고 부품수출로도 5억달러는 벌어들일
수있어 그다지 걱정하지 안습니다.

[ 바르샤뱌=이성구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