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완화를 어떻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인가.

이는 이제 더 이상 토론의 주제로나 삼아서 좋을 문제가 아니다.

그 시급함을 촉구하는 주장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연내에 우리 정부가 가입하려는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도 금융에 대한
정부개입을 줄이라고 촉구했다.

또 행정쇄신위원회도 올해중 예금보험공사 설립 및 신용관리기금 확충이
일단락되는 대로 내년부터 금융기관 설립요건을 관련법에 구체적으로 명시,
이 요건을 충족하면 자동적으로 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금융산업 진입
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다른 분야의 행정규제는 그런대로 완화돼가고 있으나 유독 금융부문만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은 민간 경제계에서 끊임없이 나왔었다.

금융규제 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책임은 전적으로 재경원에
있다.

"금융산업발전 심의위원회"를 설치한 것이 이미 10년 전부터지만 이런
개편안은 이래서 안되고, 저런 개편안은 저래서 안된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면서 시간만 축내고 있다.

행쇄위 안에도 재경원은 반대다.

자본금등 요건만 갖췄다고 무작정 금융기관 설립인가를 내주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느냐, 지방생보사 설립을 자유화한 결과 부실생보사만 양산
되지 않았느냐고 재경원 관계자들은 반문한다.

제도상으로만 존재할뿐 나올수 없게 돼있는 금융전업 기업가가 실제로
나올수 있게 그 자격요건과 승인절차를 완화하자는 행쇄위 주장에도 반대다.

금융전업 자본가가 나오는 것이 과연 국민경제전체를 위해 바람직한지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나서고 있다.

이같은 재경원의 주장은 그 나름대로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의 금융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이것은 이래서 안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된다는 재경원 주장을 옳다고
치자.

그렇다고 금융의 현상황을 그대로 놔두자는 것이 타당한가.

금융규제를 완화, 금융산업을 개편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이미 합의가
이루어진지 오래다.

그렇다면 재경원은 민간 경제계나 학계 등에서 제시하고 있는 "각론"에
대해 그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금융규제 완화가 지금까지 구두선에 그치고 만 것은 재경원이 대안없이
반대만 해왔기 때문이다.

각계에서 제시한 금융자율화 방안에 대한 재경원의 반대논리 핵심은
한마디로 "부도덕한 산업자본이 금융까지 지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엄연히 지배주주가 있는 지방은행 및 합작 은행에 대해서도 은행장 추천
위원회 제도의 획일적 적용을 강요한다거나, 은행주 소유상한을 계속 낮춰온
것도 그런 발상에서였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부실 덩어리인 은행이 제대로 되려면 "주인있는 은행"이 돼야 한다.

은행이 대기업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지배주주 관련기업에 대한
여신금지규정만 두면 된다.

지배주주가 생기면 은행이 그의 사금고로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다.

금융산업에 대한 정부규제를 없애 주인있는 은행이 나올수 있도록 해야할
때가 됐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