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현대와 삼성이 제휴한데 대해 "도저히 있을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표정이다.

재계는 특히 영원히 한배를 탈수 없을 것으로 본 두 그룹이 손잡았다는
점과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제휴의 해결책으로 삼았다는 점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같은 시각은 재계 1위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 그룹간
라이벌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현대는 현재 삼성의 자동차사업 신규진출과 앞으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인력스카웃 파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삼성은 반도체부문에서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현대에 대해
경계의 자세를 늦추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의 두 그룹간 제휴는 LG견제카드의 성격이 짙다는게 재계
일부의 해석이다.

두 그룹중 하나가 데이콤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LG와 손잡을 경우 사업의
주도권은 LG로 흘러갈수 밖에 없는데 그룹간 역학구도상 LG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것은 용인할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와 삼성의 제휴에 대해 양그룹의 회장으로부터 최종 결심을 얻어낸
것은 허가방법 변경 1주일만인 지난13일로 알려졌다.

특히 이건희삼성그룹회장이 일본 출장중이어서 관계자가 직접 일본으로
가서 보고했다는 후문.

한 관계자는 "1천억원이란 거금을 투자해 놓고 경영등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어디 쉬운 일이냐"며 회장의 결심을 얻어내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

현대의 홍부사장은 "이제는 기업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회장
설득의 비결을 소개.

합의사실을 이틀만에 전격적으로 공개한데 대해 "오늘부터 공동작업을
시작하는데 양사의 준비팀 30명씩 60명이 움직이면 금세 노출될 것으로 보고
불완전한 상태지만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

<>.이번 제휴에는 삼성의 남궁사장이 현대전자 부사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

남궁사장이 이달초 정몽헌현대그룹부회장과 만나 "함께 해보는게 어떠냐"는
이야기를 꺼낸게 계기가 됐다는 것.

정부회장은 한때 함께 일한 남궁사장과 요즘도 가끔 만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양그룹은 이날 제휴사실을 발표하면서 서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 세심하게 배려.

특히 남궁사장과 김사장은 상대방 회사이름을 앞세워 부르고 실무진들도
"한몸"이 됐음을 애써 강조.

또 신문제목에 현대를 앞세워 달라고 이례적으로 주문.

< 김도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