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을 보여주던 미국경제가 제너럴모터스(GM)공장의 잇따른 조업중단으로
뜻밖의 암초에 부딪쳤다.

지난 5일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2개 브레이크부품공장의 파업으로 시작된
GM사태가 미국의 자동차관련산업은 물론 미국의 전체경기에도 먹구름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GM은 브레이크생산기지인 테이턴공장의 파업 때문에 북미지역전체의 29개
승용차및 트럭 조립공장 가운데 14일 현재 24개공장의 조업을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이로인해 일감을 잃은채 집에서 대기하고 있는 GM종업원들이 11만1,500여명
에 이르고, 하루에 1만7,000여대의 자동차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
이다.

뿐만 아니라 납품업체에도 연쇄타격을 줘 자동차부품산업 비롯해 철강
합금산업이 등이 GM사태의 회오리바람에 휩싸여들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태의 해결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GM데이턴공장의 노사양측은 13일부터 협상에 들어갔으나 아직 타협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파업의 발단이 됐던 브레이크시스템의 외부조달방침을 절대 굽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과 한국자동차회사들의 대미판매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반드시 생산
원가를 낮추어야 하는데 자체부품조달로는 불가능하다는게 GM경영진들의
생각이다.

사측의 이같은 판단에 따라 우선 브레이크시스템부터 독일의 보쉬사로부터
조달키로 한게 데이턴공장의 2,700여 근로자들은 파업으로 대응하게
만들었다.

파업을 이끌고 있는 자동차노동자연합(UAW)은 GM의 부품아웃소싱계획을
종업원 대량해고의 전조로 파악하고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다.

여기에다 UAE는 이번 기회에 인력충원과 건강및 사업재해 해결 등도
한꺼번에 요구할 계획이어서 사태수습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14일 노사협상에서는 사측이 아예 대화자체를 거부하며 강경대응 방침을
굳히기까지 했다.

미금융가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GM은 물론 전체 미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 10여일만에 GM은 벌써 2억5,000만달러이상의 영업손실을 입었고
앞으로 브레이크부품 재고가 바닥나 전체 조립공장이 조업을 중단할 경우
손실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GM사태는 또 미국의 성장지표까지 흔들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산업계에서 GM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올
1.4분기의 미 GDP성장율은 당초 예상치를 밑돌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만 브라더스사의 알렌 시네이 수석경제연구원은 "지금까지의 생산차지
만으로도 GDP를 0.1%포인트 떨어트리고 이달말까지 파업이 지속될 경우
0.3%포인트 끌어내리는 윈인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캐미컬증권의 산업분석담당 찰스 리버만은 "만약GM의 파업사태가 앞으로
보름내에 진정되지 않으면 미국의 성장기조 자체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의 이런 전망은 미국자동차생산에서 GM의 비중이 30%를 넘고,
미국의 GDP에서 자동차판매액이 4.4%나 차지하고 있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GDP수치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경제지표는 실업률이다.

미국은 실업률을 산정할 때 일단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모든 인구를
실업자에 포함시키고 있어 지난달에 크게 호전되었던 미국고용상황이 3월
에는 다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해 뉴욕증시에서는 이달말 소집되는 FRB이사회가 GM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위해 금리인하조치를 단행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박순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