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더이상 몸을 보호하는 피복만은 아니다.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가장 잘 나타낼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 날마다 새로운 것을 갈구하며 다양한 패션욕구를 표출하는 신세대
층에게 옷은 자신을 주장할 수 있는 표현방법이기도 하다.

명동 압구정동 이대앞 성신여대주변 홍대입구 등 서울의 대표적인
패션상권들은 신세대 고객의 취향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곳이다.

원하는 상품을 찾는 젊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춰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국내 패션상권중 가장 발빠른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곳은 명동이다.

이 상권의 두드러진 특징이자 변화로 패션멀티숍의 급성장을 들 수 있다.

지난 92년 데코가 멀티숍 메세지를 세운이후 트랜드20 (대하) 비포 (대현)
도어즈 (국제상사) 브이익스체인지 (엘칸토) 등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들 패션멀티숍은 4,5층 건물에 매장면적 2,000평을 넘기는 일종의
전문백화점으로 원스톱쇼핑이 가능하다.

다음달 "유투존" (삼성물산)과 "더프라이비트" (신원)가 문을 열면
명동에는 모두 9개의 패션멀티숍이 들어서게 된다.

이들 멀티숍이 명동패션상권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브이익스체인지 강창신이사는 "명동의 주요 고객층은 10대 "가방부대"와
20대초반 대학생 그리고 일부 오피스걸"이라며 "주점과 유흥업소가
사라지고 젊은 취향에 맞는 서구 외식업체가 늘어나면서 명동상권이
패션과 외식의 복합공간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명동은 최근 분식점이 자리하던 뒷골목까지 패션거리로 흡수되면서 전체
볼륨도 성장추세를 보이고 있다.

비교적 한적하던 제일빌딩뒤 명동칼국수골목에는 "쿠기" "보이런던"
"페레진" 등이 최근 1년새 잇따라 들어서면서 10여개 진 의류상점이 모인
"진"골목을 형성했다.

90년대들어 최고급 패션상권으로 부상한 압구정동은 성수대교붕괴이후
일시 침체됐으나 최근들어 패션흐름과 고객층이 좀더 젊어지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발렌티노" "조르지오아르마니" "에스까라" 등 해외 명품숍으로 잘 알려진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최근들어 정통 클래식브랜드보다 개성과 유행을
강조한 캐릭터 캐주얼브랜드숍이 크게 늘어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압구정동을 찾는 고객들이 감각이 앞선 패션리더층인 만큼 해외브랜드
상점이 압도적으로 많다.

실험성이 강한 일부 국내브랜드도 이곳에 함께 자리잡고 있다.

일반 패션상권이 인근백화점과 교류없이 독자적으로 상권을 구축해나가는데
비해 압구정상권의 중심에 위치한 갤러리아 백화점은 파격적인 매장구성과
빠른 브랜드교체로 패션리더들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손성희 명품관팀장은 "압구정은 전통적으로 40대이상을
겨냥한 고가의 해외명품이 강세였으나 캐릭터캐주얼브랜드가 늘어나면서
고객층이 20,30대로 내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압구정의 또 다른 특색은 남성전용숍의 증가이다.

"소다옴므" "카루소" "파드리노" 등 제화 의류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남성전용숍이 15개이상 성업중이며 내달중 쌈지에서 내놓은 "놈"이란
잡화숍도 이곳에 문을 열 예정이다.

이대앞과 성신여대앞 패션상권은 대학가라는 입지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곳이다.

저가 보세의류와 사입매장이 이들 상권에서 주축을 이루고 있다.

홍대입구는 대학자체 수요보다는 유흥가에 유입되는 소비인구를 겨냥,
수입의류편집매장 스포츠의류매장이 늘어나는 추세다.

< 권수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