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네덜란드 포커사의 최종 파산선언으로 삼성항공의 이 회사
인수가 무산돼 국내 항공업계엔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이번 포커사 인수추진을 통해 한중 중형항공기 프로젝트의 주도
사업자인 삼성항공은 물론 관련업계와 정부 모두가 적지 않은 교훈을
얻었다는게 중론이어서 그 뒷얘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포커사의 파산배경은 국내 항공업계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실 포커사는 국내업계 입장에선 군침을 흘릴만한 "물건"이었다.

포커사는 77년의 역사를 가진 1백인승 이하급 중형항공기 전문 제작업체.

이 회사를 인수하면 중형항공기 제작 기술과 노하우를 그대로 이전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 일대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평가
됐다.

특히 한중 중형기 공동개발에도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됐다.

게다가 네덜란드 정부가 제시한 인수조건도 파격적이었다.

네덜란드 정부는 삼성항공에 인수제의를 하면서 <>20억달러의 부채 전액
탕감 <>세제 혜택등의 각종 지원을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항공이 현지 실사를 통해 "인수 타당성이 충분히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집요하게 인수를 추진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삼성은 그래서 지난 1월말 정부에 포커사인수 "협조"를 요청하고 대한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등 국내업체에도 공동인수 의사를 타진하는등
다각적인 "인수작전"을 펼쳤다.

물론 작전은 은밀히 추진됐다.

인수협상 내용이 외국 경쟁사에 노출되면 이로울게 없어서였다.

그러면서도 뒤에선 민관 채널을 총동원해 경쟁사의 동향을 점검하며 협상을
진행시켰다.

특히 포커사의 파산선언 직전인 지난 15일엔 박재윤통산부장관이 방에서
대기하며 마지막까지 인수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확인됐다.

막판엔 공교롭게도 한중 중형항공기 합작 파트너인 중국의 항공공업총공사
(AVIC)와 경합해 손에 땀을 쥐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 단계에서 삼성그룹은 "No"라는 결론을 내리고 인수 포기 의사
를 언론에 밝혔다.

기존에 인수한 미AST사등이 기대만큼 경영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벤 반 샤이크 포커사회장이 네덜란드 현지에서 파산선언을 하기 수시간
전이었다.

지난 1월23일 네덜란드 정부가 삼성항공에 인수요청을 해온지 50여일만의
결과이기도 했다.

삼성항공은 포커사 인수를 성사시키지는 못했지만 인수추진 과정에서
얻은게 많았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포커사의 파산 배경은 유치단계의 국내 항공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는 것.

특히 <>4천명이 적정인원인 회사가 지난 94년까지도 1만4천7백명을 고용한
점 <>소유구조의 분산으로 인한 의사결정 난맥상 <>주주 부품회사로부터의
부품 독점구매 <>80년대 후반 항공산업 호황기때의 무분별한 과잉투자등
포커사의 파산원인은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는게 삼성항공 관계자의 귀띔
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포커사의 교훈은 한국 중국 제3,4협력선등에서
수십개의 개별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한중중형기 개발 컨소시엄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