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과 방송에는 온통 선거에 관한 이야기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중 많은 부분이 상대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비방내용으로 얼룩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건국이래 수많은 선거를 치러오는 동안 금권이나 관권시비 못지않게
우리의 선거풍토를 혼탁하게 만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상대방 비방이라는
떳떳치 못한 경쟁자세였으며, 이번 선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비방은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여 평가하고 비평하는 비판과는 전혀
다르다.

건전한 비판은 그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나, 남을 중상모략하고 공격하기 위한 비방은 구성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상호간의 반목과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다.

기업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과 기업간의 경쟁, 그리고 조직내에서의 구성원간의 경쟁에 있어서도
어느 한쪽의 비방은 또다른 비방을 낳고 결국은 모두에게 화만을 자초하게
된다.

특히 요즘같이 기업간의 홍보전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우를 범하기
십상이다.

때로는 경쟁자의 허물을 덮어줄 수 있는 아량과,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는 건전한 경쟁자세야말로 우리기업의 국제경재역을 키우는 또하나의
정신적 원천이 되리라 본다.

세계경영시대에 있어 우리의 경쟁상대는 "안"이 아닌 "밖"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총선이 이제 20여일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비방양상에 적잖이 실망하고 있는 유권자들은 자신의 한표
로써 준엄한 심판을 내리게될 것이다.

하물며 매일매일 소비자들로부터 평가와 선택을 받아야 하는 기업입장
에서야 비방전과 중상모략의 폐해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경영인의 한사람으로서 선거전을 지켜보며 느낀 타산지석의 교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