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여기에 모여 흘리는 땀방울/사랑이 가득찬 세상을 만들고/
우리가 여기에 모여 가꿔온 우정이/고운 꿈 가득한 세상 만들죠/
가슴을 열고 바라봐/로제가 만든 세상을/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를
엮어가는지..."

19일 오후 12시30분 서울 강남구 신사동소재 로제화장품(주) 점심시간을
맞아 식당내에 경쾌한 발라드풍의 노래 "로제가 만든 세상"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대학가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정갈한 보컬이 실려있었다.

근로자들은 흥겨운 노랫가락에 손뼉을 치기도 하고 어깨장단도 맞추면서
즐거운 휴식시간을 보냈다.

마침 찾아온 따스한 봄햇살이 삼삼오오 모여든 근로자들의 활력을 더욱
북돋워 주고 있었다.

이날 사가를 처음 들어본 총무부의 이보선씨(28)는 "그동안 사가가 없어
각종 행사때 허전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며 "노래가 부르기 쉬운 발라드풍
이어서 직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 노래는 한국경제신문사와 KBS가 노사협력의식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신나는 일터, 즐거운 노래"를 캐치프레이즈로 중소기업
사가만들기 캠페인을 전개해오면서 최근 제작이 완료된 로제화장품의 사가.

캠페인추진 사업단은 이달말까지 "로제가 만든 세상"을 비롯, 제작이 끝난
1백곡의 사가 중소기업 사업장에 배포할 계획이다.

이번에 제작된 사가들은 천편일률적이고 맹목적인 발전을 지향하는 가사및
노래풍으로 만들어진 기존의 사가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딱딱한 "행사용" 사가의 이미지를 탈피, 신세대풍의 경쾌한 리듬으로
만들어졌으며 노랫말도 근로자들이 작업장이나 휴식공간에서 쉽고 자유롭게
부를 수 있도록 제작됐다.

이번 제작을 위해 "노래를 찾는 사람들" 조운파 안치환 이지상 송현주
최정배 한재권 권진원 박건호 김순곤 김현규 류형선 이현관 함춘호 이현섭
정미진등 국내의 내로라 하는 작사.작곡진들이 4개월가량 매달렸야 했다.

이 때문에 사가들은 록 재즈 블루스 리듬앤블루스 레게 발라드록 트로트등
국내에 알려진 모든 장르의 음악을 망라하고 있다.

또 "그냥 걸었어"의 임종환,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의 이광조,
"밤차"의 이은하, "영일만친구"의 최백호, "광야에서"의 안치환등 국내
톱클래스의 가수들이 노래를 직접 불러 근로자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있다.

이번에 "희망의 화덕"이라는 사가를 받은 조명제품메이커 화덕산업(주)의
정재철이사(39)는 "앞으로 점심시간과 대내외 행사는 물론, 회사방송시설을
통해 새로 만들어진 사가를 계속 들려줄 생각"이라며 "현장에 노사협력
의식을 불어넣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같다"고 말했다.

"꿈을 가진 이들의 슬기와 지혜를 모아서/새빛을 창조하는 우리의 화덕/
너와 나의 땀방울로 가꾸는 일터/긍지와 보람속에 가꾸는 일터/
어두운 곳에선 언제나 밝은 빛으로 세상을 밝혀주는 하이베스타/
우리의 소망과 미래를 가꾸는 세계속의 우리의 화덕/..."

이번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처럼 유려하고 경쾌하게 불려지는 사가들이
산업현장의 새로운 유행가로 자리잡을 날이 멀지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