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대와 함께 한평생을 살아온 원로배우 강계식옹의 팔순 기념
공연이 후배 연극인들에 의해 마련된다.

한국연극배우협회 (회장 박웅)과 극단 서전 (대표 박계배)이 강계식
선생 팔순을 기념해 연극 "제국의 광대들" (윤대성 작 박원경 연출)을
4월14~23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것.

한국연극배우협회가 91년 고설봉 선생 팔순때 "신장한몽" (차범석 작
김상열 연출)을 올린데 이어 두번째로 기획한 이번 공연에는 원로배우
고설봉 강계식 장민호 추석양씨를 비롯 중견 박웅 정진 이치우 이진수
조명남 이호재 정동환 장미자씨, 신예 이정성 추상미씨 등 연극배우협회
회원들이 총 출동한다.

을사오적과 그 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제국의 광대"는 한국과 일본의
남녀대학생이 함께 찾은 독립기념관 역사전시실에서 을사조약이 체결되던
1905년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면서 겪는 역사체험을 그리고 있다.

박웅 한국연극배우협회장은 "강계식 선생의 외길인생을 기념하는
동시에 독도문제에서 보듯 한일관계가 오히려 뒷걸음치는 상황에서
과거사에 대한 양국 젊은이들의 인식을 바로잡고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하나의 계기로서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 대한제국의 대신 한규설 역을 맡은 강계식 선생은
1940년 유치진.이해랑 선생이 이끌던 극단 현대극장의 국민연극연수소를
통해 연극계에 첫발을 내디딘 이래 지금까지 연극무대를 지켜오고 있는
한국 근.현대 연극의 산증인.

1941년 극단 현대극장의 "대추나무" (유치진 작 서항석 연출)로
데뷔한뒤 현대극장의 "춘향전" "맴도는 남편"과 극단 민예극장의
"카츄사" "젊은 그들" "피어린 역사" 등에서 주역을 맡았다.

또 1950년 극단 신협의 창단 멤버로서 "햄릿" "오델로" "원술랑"에
출연한 것을 비롯 국립극단의 "나의 독백은 끝나지 않았다" "죄와 벌"
등 50년동안 총 150여편의 연극에서 크고 작은 배역을 맡았다.

강계식옹은 "극단 민예에서 잠깐 제작을 해보기도 했지만 배우가
천직인 것 같다"며 "요즘도 가끔 공연장에 나가 보는데 후배 연극인들이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도 무대에 설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쁘다"는 강옹은
"한규설 대감이 스승 유치진 선생의 부인 심재순 여사의 외조부라서
더욱 애착이 간다"며 후배들이 팔순 기념 공연을 꾸며준데 대한 고마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후 4시30분 7시30분.

문의 764-5087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