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제도적인 취업장벽은 상당부분 없어졌고 또 없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지요"

이우희 삼성그룹 인사팀장(전무)은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여성 취업을 가로 막는 제도나 기업이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난센스"라고 잘라 말한다.

물론 이전무도 아직은 여성취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남아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면접관이 대부분 남자이거나 여성이 할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다는 인식
등이 여성들의 취업을 방해하는 요인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장벽을 무너뜨리는데는 여성자신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여성 스스로 여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앞서 일꾼으로서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

기업은 일터이지 여성보호단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학력철폐 성차별철폐 등 그룹의 각종 인사개혁을 주도한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페미니스트".

그만큼 여성인력의 활용에 관심이 많다.

최근 4~5년간 공채를 통해 삼성그룹에 입사한 여성대졸자의 수가
4,000여명에 이른다고 밝힌 이전무는 "여성인력이 이렇게 늘어난 조직에서
차별대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고급여성인력이 원하는 일터를 찾지 못하는 건 개인적인 불행을 넘어
국가사회 전체의 손실입니다"

이미 상당수 기업들이 여성인력의 잠재력에 눈을 돌리고 있긴 하지만 고급
여성인력일수록 취업이 어려운 현실은 사회의 후진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이전무는 지적한다.

여직원들을 위한 직장탁아소를 추진중인 이전무는 "남성과 여성간의 성비가
적당히 균형을 이루어야만 조직도 원활히 굴러간다"며 조직 관리자다운
"여성관"을 피력했다.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