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승조화백(1941~1990)의 유작전이 4월10일까지 서울종로구평창동
토탈미술관(379-3994)과 갤러리현대(734-6111)에서 열리고 있다.

이화백은 전후 앵포르맬시대를 마감하고 기하학적인 추상미술의 새로운
원형을 추구하면서 한국미술의 새지평을 제시한 작가.

아카데믹한 사실주의와 인상주의 계열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
국전에서 비구상으로 두차례나 문공부장관상을 수상했던 그는 이를 계기로
현대미술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크게 바꾸어놓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번 유작전은 지난 90년 숙환으로 별세한 뒤 91년 곧바로 호암갤러리에서
열렸던 회고전이후 5년만에 마련된 전시회.

200~500호에 이르는 대작위주로 전시될 이번 유작전을 계기로 그의 화업을
집대성한 작품집도 함께 발간됐다.

이화백은 평생을 평면의 2차원성과 씨름하면서 기하학과 대결한 승부사
였다.

"파이프통"이라는 특유의 형태를 오브제로 삼아 자신의 예술을 꽃피운
그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주제는 "핵".

물질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핵을 탐구해야 할 기본대상으로 하고 실체탐구의
구체적 결정체로서 원통을 선택한 그는 순화된 색채와 균질화된 평면의
조화를 통해 독특한 도식적 구조를 만들어 냈다.

80년대 중반이후 그는 섬세하게 그린 원통형띠와 베니어판을 부착시켜
동일한 너비로 연결시킨 페인팅과 오브제의 접목을 시도하면서 작품에
원숙성을 더했지만 매듭을 짓지 못한채 세상을 떠났다.

홍익대미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81~88년 중앙대교수로 재직했으며
생전에 6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