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크라이슬러"라고 불리는 원로음악가 박민종씨 (78.마드리
실내악단 단장)가 25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작곡 발표회를 갖는다.

그의 제자모임인 송운동문회가 주최하는 이번 발표회는 박씨가
92년부터 조병화씨의 시에 곡을 붙인 연가곡 위주로 꾸며진다.

"어느날 조병화 시인의 "꿈"이라는 시를 읽었습니다.

고독과 허무의 꿈을 노래한 이 시에 멜로디를 붙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즉석에서 곡의 초안을 끝냈죠"

이후 인생만년의 느낌과 그리움을 잘표현한 조씨의 시에 계속 곡을
붙인 결실이 바로 이번에 발표하는 22곡이라고.

"이전작품처럼 한국적인 정취를 담거나 고도의 예술성을 표현하려
애쓰지 않고 간결하게 썼습니다.

누구나 부르기 쉽게 만들고 싶었지요"

젊은시절 한국의 대표적인 바이올리니스트였던 그는 일본 동경예대
대학원을 거쳐 프랑스 파리국립음악원에서 수학한 뒤 귀국,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했다.

83년 정년 퇴임 후 마드리 실내악단을 창단, 이끌어오면서 많은
악단들이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없어질 때마다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일본기업들은 경쟁적으로 문화예술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리기업들의 경우 전보다 나아졌다지만 아직 미약합니다.

기업인들이 단기적인 홍보효과만 생각하지 말고 문화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을 갖췄으면 합니다"

이번 발표회의 처음과 끝을 장식할 "조곡 제1,2번"과 "현을 위한
소나티네"를 직접 지휘할 그는 곧 팔순이 된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정정하고 건강해 보였다.

특별히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없다는 그는 "올해 102세인 어머니를
모시고 아들의 자세를 잃지 않고 살다보니 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