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자니 남의 이목에 신경쓰이고 외면하자니 그렇고..."

"4.11"총선이 임박하면서 주요그룹들이 그룹출신 선량후보나 연고가
있는 후보를 지원하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그룹마다 연고가 있는 선량을 공개적으로 지원할 경우 감시의 안테나
촉수를 꼿꼿하게 치켜세우고 있는 상대당후보들로부터 오해를 받아
"집중타"를 얻어맞을 수 있고, 매정하게 "수수방관"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것.

이같은 우려는 최근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회의가 지난 20일 대우자동차와 우리자판이 부평을 지역구에서
신한국당후보로 출마하는 이재명씨(전대우회장실사장)의 당선을 위해
유권자들에게 공장견학및 선물제공등의 선거지원을 했다며 대표이사를
고발한 것에 대해 "강건너 불"이 아니라며 걱정어린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일부 총수들은 지방의 주력사업장의 행사에 참석해야할 필요가 있는데도
불구, 총선일까지는 "발길"을 유보하는 경향도 생기도 있다.

이번 총선에 뛰는 대기업 출신 금배지지망생은 현대 삼성 대우 쌍용
기아두산 코오롱등 주요그룹들에 두루 망라돼있다.

현대의 경우 정주영그룹명예회장의 6남인 정몽준의원(울산동구)
정장현의원(전금강개발대표, 무주 진안 장수) 이명박의원(전현대건설회장,
종로) 등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삼성은 최일영전항공부사장(신한국, 보령), 대우는 이재명씨(신한국)
등이 있다.

쌍용은 김석원전그룹회장(신한국, 달성) 김채겸전그룹부회장(신한국,
울주) 정세균전진방철강대표(국민회의, 무주 진안 장수) 등 3명을
배출했다.

또한 기아는 이신행(주)기산사장(신한국 구로을), 코오롱은 이상득
전코오롱상사사장(신한국, 포항남)이 이 표밭갈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룹들이 연고후보지원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선거법개정으로
정당후보에 대한 직간접지원이 엄격히 금지됐기 때문이다.

연고후보들을 배출한 그룹들은 지난 총선때까지후보들에게 실탄지원등
직접지원과 유권자들에게 공장견학 등을 실시, "금배지획득"에 일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선 이런 방식의 "직.간접지원"이 어렵게 됐다고
재계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띄지않는 한도내에서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승용차무상점검, 공장견학 및 선물제공을 해주지 않을 수 없다"(S그룹
K상무)는 데서 고민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후보와 친분이 있는 임직원들의 경우 주말을 이용, 현지로 내려가
선거운동을 지원해주는 사례도 있다는 게 재계관계자의 전언.

특히 비자금사건등으로 총수의 사법처리가 마무리되지 않은
일부그룹들의 경우 그룹출신 후보지원문제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쌍용의 경우 김전회장의 지역구인 달성에 연산30대의 승용차공장을
착공한후 공상진척상황을 점검하기위해 김석준회장이 오는 26일 현장을
방문할 예정.

그러나 상대당후보들이 "형"인 김전회장을 지원하기위한 "행차"가
아니냐며걸고 넘어지지 않을까 신경을 쓰고 있는 실정.

해당 그룹마다 총선일자가 임박하면서 이같은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의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