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22일 "제 2창업"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경영혁신에
착수한다.

21세기 세계 일류 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의
깃발을 치켜든 것이다.

지난 94년 12월 서울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 직후 가스공사를
맡은 한갑수사장을 만나 "제 2창업"의 의미와 민영화등 현안문제들에
대해 들어 보았다.

-"제 2창업"을 선언하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습니까.

<>한사장 = 공기업도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출발점이지요.

공기업하면 그동안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란 인식이 많았습니다.

공기업 민영화의 목소리도 다 이런 이유에서 나오는 것 아닙니까.

가스공사의 "제2창업" 선언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지요.

-선언의 시점을 굳이 올해 3월22일로 잡은 이유가 있나요.

<>한사장 = 금년은 한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연간 도입량이 1천만t을
넘는 해입니다.

지난 86년 60만t의 LNG를 들여오기 시작한 이후 10여년만에 도입량이
16배로 늘어난 셈이지요.

이 정도면 단일 회사로는 세계최대 물량입니다.

직원수도 같은기간중 10배 가까이 증가했어요.

외형적으로 10배이상의 성장을 한 금년에 체질개선을 하지 못하면
더이상 도약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이달 22일은 "세계 물의 날"입니다.

대표적 청정연료인 LNG와 물은 환경친화적이란 점에서 연관이 깊어
이날로 택일했지요.

-제 2창업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엇입니까.

<>한사장 = 의식.경영.안전의 혁신입니다.

업무구조를 리엔지니어링하고 팀제를 도입하는 것등이 핵심 내용이지요.

인사고과 위주의 신인사제도도 그렇고요.

물론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별도의 복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기업에서 인센티브 위주의 인사를 실시하는게 쉽지만은 않을
텐데요.

<>한사장 = 민간기업 처럼 연봉제등 완전한 인센티브제를 시행하는
건 어려울 겁니다.

따라서 인재개발 위주의 인사제도를 강화하려고 합니다.

직원들의 국내외 연수교육 기회를 늘리기로 한 것도 이런 차원이지요.

올 한해동안만 2백여명의 직원을 해외에 내보내 연수시킬 예정입니다.

국내 교육까지 포함하면 금년중 전직원의 3분의 1정도가 교육을 받게
되지요.

-연수교육외에 직원들의 복지향상과 일체감 형성을 위한 계획도
갖고 계시지요.

<>한사장 = 이번 제2창업을 계기로 새출발한다는 의미에서 그동안
안전관리와 관련해 징계를 받은 직원들에 대한 대사면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또 직원의 60%이상을 차지하는 기능직 사원들을 일반사원화 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중이고요.

각종 복지혜택도 늘릴 겁니다.

-서울 아현동 가스폭발사고이후 가스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습니다.

가스의 안전공급도 가스공사의 중요한 업무중 하나인데요.

<>한사장 = 물론입니다.

제가 가스공사 사장으로 온 것도 어쨌든 아현동 가스사고 때문 아닙니까.

그래서 늘 "안전의 전도사"가 되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매월 직원조회에서도 빠뜨리지 않고 강조하는 것이 바로 안전이지요.

안전의 요체는 기본 수칙을 반드시 지키려는 직원들의 의식과 투자입니다.

지난 94년 40억원에 불과했던 회사의 안전관리 투자를 지난해
2백50억원으로 늘리고 올해는 3백50억원이나 투입하는 것도 이런
이유지요.

오는 99년엔 이를 7백70억원까지 끌어올릴 예정입니다.

매년 매출의 2%이상을 안전관리에 투자한다는게 목표입니다.

-가스공사는 현재 민영화 대상 공기업이지요.

이번에 경영혁신등 제 2창업을 선언하는게 자칫 민영화를 거부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도 있을 텐데요.

<>한사장 = 그건 너무 넘겨 짚는 것입니다.

공기업은 정부 방침에 따라야 합니다.

실제로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따를 거예요.

그러나 개인적으로 가스공사는 민영화가 바람직 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중공업과 같은 대규모 기계업체는 몰라도 국민생활과 직결된
가스사업은 공공성이 중요하거든요.

따라서 굳이 민영화를 한다면 주인 있는 민영화보다는 국민기업화
하는게 낫다고 봅니다.

시점은 제3인수기지와 전국배관망이 완전히 갖춰지는 오는 2002년
이후가 좋고요.

-포항제철이 광양제철소에 LNG인수기지를 건설해 자체 수요분을
직도입하는 방안을 추진중입니다.

정부도 LNG도입방식을 경쟁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한사장 = LNG도입은 당분간 가스공사로 일원화하는게 바람직합니다.

해외에서 LNG를 도입하는데 가스공사는 어느정도 노하우를 축적해
놓고 있어요.

이를 다원화하는건 국가적으로도 낭비입니다.

또 포철이 LNG인수기지를 짓는다고 하지만 경제성면에서 쉽지만은
않을 거예요.

통상산업부도 아직은 LNG도입선을 일원화하는게 유리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