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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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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인이란 남녀가 부부로서 새가정을 이루는 일이므로 모든 사람으로부터
    그들의 새출발을 축복받아야 한다.

    자사는 혼인을 "만복의 근원이요 생민의 비롯"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
    했고 우리도 흔히 "인생 대사"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선 경사가 비극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혼수비용때문이다.

    혼수란 가정이라는 새 사회적 단위가 최소한도로 필요로 하는 물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혼수의 내용은 어느 특정한 사회가 갖고 있는 생계방법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혼수내용은 생계방법을 달리하는 사회나 시대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또 혼수내용은 혼인후 어디에 새가정을 꾸미게 되는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가령 그 사회가 처가거주제냐 시가거주제냐 또는 신거주제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통념처럼 돼있는 혼수에 대한 인식은 조선조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

    성리학적 의례체계와 가부장의 권한 강화로 혼인에 있어서 시가거주제가
    확립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혼수도 신부가 시집에서 사는데 필요한 것들과 시집의 경제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로 마련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옷감과 옷, 옷장이나 요.이불 그리고 땅문서 등이다.

    그러나 최근의 우리 사회풍조는 도시 농촌을 가릴 것 없이 시가거주제에서
    딴 살림을 차리는 신거주제로 변하고 있다.

    또 기본적 혼수인 살림살이도 시대가 바뀜에 따라 옷감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가구나 가전제품등이 중요 혼수가 됐다.

    심지어 아파트마저 중요 혼수로 등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같이 혼인 주거규정이 신거주제로 변했고 혼수의 구체적 내용도 달라지고
    있는데 여전히 신부측에서 혼수를 모두 장만해야 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관행이라고 밖에 할수 없다.

    그것은 허영과 이기적 생각에서 나온 관습이다.

    지난 21일 딸의 혼수준비를 걱정해오던 50대 가장이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 났고 또 4일엔 함값을 두고 신랑과 싸우던 신부가
    첫날 밤을 보내던 호텔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의 구시대적인 의식과 관행이 비극을 불른 것이다.

    앞으로 호화판 혼수감을 실질적 살림위주로 바꾸고 지금 껏 신부측이
    부담했던 혼수비용을 남녀 양측이 분담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하지않을까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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