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군사적위협"속에서 치러진 대만총통선거 이후의 대만-중국관계는
어떻게 될까.

현시점에서 대만해협을 둘러싼 양안관계를 한마디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선거당일인 23일에도 일부 대만주민들이 포성을 들으면서 투표에
참가할 정도로 위협적인 실탄사격훈련을 실시하고 대만 또한 미국에서
고가의 최신무기를 구입, 군사력강화의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의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누구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등휘당선"을 끝으로 "모든 이해당사국들의 명예가 존중되는 방향에서
해결"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유는 이렇다.

양안긴장의 원인을 제공한 중국이 대대만 공세의 강도를 낮추고 있다.

중국당국은 선거를 하루 앞둔 22일 대만이 "독립기도"를 중단할 경우
군사적 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대만측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것이다.

중국외교부의 심국방대변인은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간에 대만이
앞으로 조국을 분리하려는 기도를 중단하면 양측의 긴장관계는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가 중국정부의 대외공식창구인점을 감안할때 대만측의 태도여하에
따라서는 긴장이 급속히 완화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중국의 태도는 당초 예상됐던 것이다.

대만해협에서의 미사일 발사실험이 총통선거에 출마한 대만독립후보의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의지표현에 머물 것이라는 예측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셈이다.

또한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불러와서 득될것이 없는데다 양안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화교자본, 특히 대만기업의 중국투자가 급속히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세계 각국의 중국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압력움직임도 중국이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화해손짓에 대만도 이를 뿌리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시되는 이등휘후보의 핵심 선거공약은 "장기적
으로 통일을 추진하지만 현재의 양안간 대등한 정치실체의 인정".

통일의 시점과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이 알레르기반응을 보이고 있는
독립은 아니다.

선거가 끝난뒤 중국과 각종 협상을 벌일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마저 사태해결을 원하고 있다.

그동안 양안의 갈등에 깊숙히 개입해온 것으로 알려진 미국도 "합리적인
선"에서 마무리되길 희망하고 나섰다.

미국부의 한 관리는 "사태가 진정되면 미국은 뒤로 물러나고 중국-대만
양측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적인 의견교환을 재개해야 할것"
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미국측의 입장이 알려진 가운데 중국 전기침외교부장과 미국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은 오는 4월21일 미국에서 양안의 긴장완화와 미.중관계
를 논의한다.

당사자인 중국과 대만이 돌파구를 모색하고 미국이 이를 "성원"하자 중국의
군사훈련 이후 불안에 떨던 대만경제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20일 대북외환시장에서 미화 1달러당 신대만원은 전날(27.311원)에 비해
0.116원이 올랐다.

이날의 신대만원의 시세는 지난해 11월1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만증시의 주가지수도 7일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피상적인 움직임만으로 양안관계가 완전히 정상으로 되돌아
왔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미국측이 제안한 "대만불침략" 보장약속을 중국이 단호히 거부하고
있는데다 대만 독립주의자의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언제 또다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간직한채 현재의 군사적 긴장이 대만의
첫 직선총선을 끝으로 일시 봉합되는 형국이 될것이라는 말이다.

<김영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