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민의 54% 지지로 대만 첫 민선총통에 당선된 이등휘총통.

이총통은 그러나 당선의 기쁨을 즐길 겨를이 없다.

그는 유권자들이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몰아준 압도적인 지지를
국내외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압도적 지지를 받은 이상 이총통의 국내외 정책은 자신만만하고 확신에 찰
것이 분명하다.

그앞에는 양안의 군사적 긴장완화, 국내 분리독립주의자의 요구수용,
독자적인 외교노선확립, 경제활성화등 간단치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총통은 이같은 "숙제"를 풀어나갈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총통선거과정에서 밝힌 선거공약으로 짐작할 뿐이다.

그는 이번 직선총통선거에서 장기적으로 통일을 추진하며 중국과의 3통
(통상 통항 통우)협정.평화협정체결을 공약했다.

또 국제사회에서 중국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만큼 외교역량을 강화하고
1인당 국민소득을 6년임기내에 현재의 1만2천달러에서 2만달러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이총통의 중국과의 관계개선 노력은 선거전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총통선거가 끝난 즉시 대륙출신 연전행정원장(부총통후보)을 중국에 보내
협상할 의사가 있음을 중국측에 통보한게 그것이다.

그러나 중국이나 대만당국자들의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등소평 사후의 권력재편을 예상한 중국보수세력들이 대만무력통일 주장하고
있고 대만의 야당(민진당)도 독립선포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는 하되 그 내용은 경제분야에 그칠 것으로 보는 근거이다.

이총통은 취임직후 특사를 중국에 보내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완화를 시도
하는 동시에 3통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이등휘총통이 풀어야 할 과제는 또 있다.

군사적 긴장속에서 대만해협으로 항공모함을 이동하는등 든든한 배경역할을
해준 미국과의 관계정립과 침체에 빠진 자국의 경제활성화등이 그 예다.

대만은 올하반기에 미국에 발주한 1백50대의 최신형 F16전투기중 1차분을
인도받게 되며 60대의 미라지전투기를 주문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이같은 대만의 군전력증강은 중국과의 군사적 대립에 대비하는 것이다.

항공모함파견등의 지원을 해준 미국에 대한 배려성격도 띄고 있다.

경제활성화는 이등휘총통이 최우선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양안간의 군사적 대립이 고조되면서 3월 한달동안에만 50억달러가 대만을
빠져 나갔다.

중소기업의 도산도 잇따르고 있다.

그는 선거유세때부터 1인당 국민소득의 향상을 유난히 강조, 경제정책에
상당한 힘을 쏟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처럼 이등휘총통의 앞엔 산적한 과제들이 쌓여 있다.

민선총통의 위상을 유지하면서 자국 경제를 살리고 대중국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처리하는냐에 그의 정치생명이 달려 있다.

< 김영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