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시장을 둘러싼 유럽과 미국간의 신경전이 대단하다.

양측대표들이 아예 "적진"에 들어가 상대방의 대아시아 통상정책을 비난
하고 있다.

유럽이 아시아시장을 침체된 경제의 탈출구로 간주,적극적인 접근을
시도하자 미국은 자신의 "안방"에 유럽이 손을 내민다며 불쾌감을 노골적
으로 표명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대외통상 책임자인 리언 브리톤집행위원이 최근 워싱턴을
방문, 미국의 읽방적 무역 보복 조치를 비난한게 단적인 예이다.

그는 EU집행위에 보낸 연설문을 통해 "일방적 보복조치는 시대 역행적
무역관행"이라며 미국이 일본 중국등과 벌이고있는 통상마찰을 은근히
비난했다.

특히 "미국의 이런 조치에 대항하는 국가는 점차 늘고 있으며 바람직한
추세"라며 반발세력을 부추기는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이달초 스튜워트 아이젠스타트 주EU 미국대사가
브뤼셀에서 가진 이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아시아국가의 시장문을
열어 놓으면 EU가 이에 무임승차 하고 있다"고 비난한데 대한 응수인
셈이다.

EU는 최근 브뤼셀에 미국및 일본대표를 불러 반도체협상을 갖고 미.일
반도체협상은 이제 EU를 포함한 "2자간" 또는 "다자간"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미국이 아시아국가들과 쌍무협상을 통해 "특혜"를 보장받는
지금까지의 통상전략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표명한 것이다.

유럽의 대아시아 접근은 본격화됐다.

대아시아 전략보고서를 발표하고 아시아국가들과 정상회담을 여는등
영향력확대를 위한 대책마련을 꾀하고 있다.

아시아시자을 선점하려는 유럽과 미국간 경쟁관계를 이용, 실리를 확보하는
슬기로운 통상외교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