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가격파괴 열풍이 휘발유등 석유류제품시장에까지 몰아닥치고 있다.

일본 유가를 높은 수준으로 묶어뒀던 석유 수입규제가 4월1일부터 폐지되는
것을 계기로 기존의 정유사들은 물론 종합상사까지 나서 가격인하전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수입 대국.

그러나 석유수입권은 그동안 정유사특권이었다.

일본정부가 석유시장안정을 이유로 "특정석유제품 수입잠정조치법(특석법)"
을 제정, 가솔린, 등유, 경유등 3가지의 수입을 사실상 막아 왔기 때문.

저장시설등을 조건을 갖춘 정유회사에 한해 수입을 허용해 왔다.

이때문에 휘발유의 경우 리터당 1백5엔대에 이르는등 유가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로 통해 왔다.

그러나 3월말 특석법이 폐지되면서 할인점, 수퍼등 유통업자들과 종합
상사들이 석유류수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가격전이 가열되고 있다.

이들 신규참여업체의 공세와 기존 정유업자들의 방어전사이에서 소비자들은
"저유가"라는 "시장경쟁의 열매"를 맛보고 있는 셈이다.

신규참여의 대표주자는 수퍼, 할인점등 유통업자들.

삿뽀로시에서는 한할인체인점이 종합상사와 손잡고 올봄부터 북해도와
궁성현에서 가솔린을 판매키로 결정했다.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도 한국의 유공등으로부터 휘발유를 수입, 4월부터
계열 할인점을 통해 본격 판매에 들어간다.

이처럼 유통업자들이 휘발유 유통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은 수익성
때문.

휘발류의 마진은 1리터당 10-20엔.

매출에 대한 이익율로 따지면 무려 20-40%에 달한다.

더욱이 생산코스트가 낮은 한국등으로부터 휘발유를 수입할 경우 싼 값에
팔아도 충분히 수지타산이 맞아 떨어진다.

여기에 맞서 정유사들도 기존 시장 지키기에 발벗고 나섰다.

제1전략은 계열주유소의 대형화와 직영화.

선발 대규모업체로서의 잇점을 활용, 중소업체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미 유통시장 확보경쟁에서 감지돼 왔다.

93년부터 95년까지 일본전역에 늘어난 7백61개의 주유소중 90%에 달하는
6백64개가 직영이었다.

정유사들은 또 단골손님에게 값을 할인해 주고 추첨을 통해경품도 제공
하는등 "고객끌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맞선 중소 주유소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9월 히로시마현 주유소업자들은 휘발유를 공동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구입비용을 절감, 정유사들의 "중소 주유소 고사작전"에 맞서자는 전략에서
였다.

이런 치열한 시장쟁탈전의 최대 승리자는 누가 될까.

바로 소비자이다.

지난해말 리터당 1백5엔대에 이르렀던 휘발유값은 최저 85엔까지 내려왔다.

석유정보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 1년간 8엔
(전국평균치) 하락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독점" 혜택을 누려온 정유업자들은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연간 리터당 휘발유 가격이 5엔 하락하면 업계 전체로는 5천억엔의 손실이
나기 때문이다.

업자 우선주의였던 쇄국시대의 빗장이 풀어지면서 이제 소비자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노혜령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