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 극동상공 대표이사 >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제일의 부자로 행세하고 싶은 욕심이 많은
모양이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선 것이 겨우 작년말의 일인데 우리는
수년전부터 벌써 몇몇 사치업종과 음식값등에서 세계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쓰는 "왜"나라 사람들은 이미 3만달러가
넘어선 것이 몇년전인데도 다소곳이 겸손한데 말이다.

승용차타이어를 재생해 쓰고 있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세계 중진국
이상의 나라들중에서 유일한 나라라고 하는 것을 이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아는 일이다.

정말로 많은 선진국들이 부러워할만큼 부자나라가 됐단 말인가.

승용차타이어 한짝의 원료에너지는 석유로 환산해서 40리터가 들어
있다고 한다.

그 타이어의 5%가 닳았을때 갈아끼우지 않으면 안될만큼 마모되어
내버려진다고 하면, 수백만 아니 수천만개의 타이어와 함께 버려진 원료
에너지는 무릇 얼마이겠는가.

수년전부터 우리나라는 "닳아서 내버린" 타이어의 주요수출국이 되었다.

이것을 재생해서 쓰겠다고 가장 많이 사가는 나라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이다.

그러니 미국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아주 부자나라라고 부러워하고 있을까.

아마도 못나고 얼빠진 사람들이라고 속으로는 비웃고 있지 않을까.

4-5년전만해도 재생용폐타이어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이것이
해제되어 귀중한 자원이 헐값에 유출되고 있는 딱한 현실이다.

버스 트럭용타이어의 재생업체들은 이때문에 폐타이어의 수집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정부는 하루 속히 이 폐타이어의 수출을 금지시키고 재생타이어의 사용을
적극 권장해야 할 것이며, 타이어재생산업체들은 자원재생산업의 역군으로
평가하여 금융세제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엊그제 서울시는 이 타이어생산업을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취지의
충격적인 발표를 하였다.

즉 내달부터 재생타이어의 사용을 전면금지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유는 재생타이어가 고무분진을 많이 배출시켜 대기를 오염시킨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타이어가 마모돼가면서 고무분진이 발생하는 것은 새타이어나 재생타이어나
똑같은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

외국출장을 뻔질나게 다니는 공무원들이 어째서 선진국들에서 재생타이어가
애용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였는가.

서울시장은 해외토픽으로 취급될 이런 시책을 시급히 중단시켜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