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균 < 한국카본 대표이사 >

그리스의 신화에 의하면 주신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지혜로운
"프로메테우스"가 신의 모습을 본 따 진흙을 빚어 사람을 만든다.

이렇게 태어난 인간들이 사나운 동물들과 어울려 사는 것을 애처럽게
여긴 프로메테우스는 집 짓는 일, 농사 짓는 일, 옷 입는 일, 그리고
말하고 글쓰는 일등 모든 지혜를 가르치고 신들의 전유물인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다.

이로 인해 제우스의 노여움을 산 프로메테우스는 잔인한 형벌을 받게
되지만 인간의 문명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불-.

이제 그 불이 없으면 인간은 살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자연계의 모든 동물들은 아무리 사납고 힘이 센 맹수라 할지라도 모두
불을 무서워 한다.

그러나 인간만이 불을 무서워 하지 않고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은 그 관리
요령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과학문명이 점차 발달하면서 인간의 생활은 고차원 고능률의 "새로운 불"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인간의 힘으로 발명한 전기를 "제2의 불"이라 한다면 원자력
발전은 "제3의 불"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제3의 불"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의 이해부족과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원전의 운전과정에서 생기는 폐기물의 처리장소 하나도 주민들의"결사적"인
반대때문에 지정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지난 1월 원전 5, 6호기의 건설이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극렬한 반대시위와 농성에 부딪쳐, 허가 9일만에 취소
되어 행정행위에 대한 법정분쟁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또 하나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럽다.

수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원전의 불가피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고장에서는 안된다"는 것이니, 원전은 그러면 과연
어디로 가란 말인가?

1990년이후 30여만명의 희생자를 낸 수전인들 어찌 안전하다고
보겠는가만--.

어쨌든 핵은 수백만의 인명을 앗아갈 수 있는 가공할 물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관리기술과 요령을 터득한다면 가장 안전하고 가장 유용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다.

1979년 인도 구자라트댐의 붕괴로 불과 20분동안에 1만5천명의 인명을
잃은 아픔을 "피할수 없는 리스크"였다고 말한 인도 정부의 변이 "전기수요"
의 절박성을 대변한 것은 아닌지...

프로메테우스가 우리들의 이런 모습을 애처롭게 여겨 지혜를 일깨워 주지
않는한 당국은 보다 적극적인 대책과 홍보, 그리고 국민적인 기초과학교육의
강화로 이 문제의 고리를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