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기획] 명예퇴직제 문제없나 .. 대량감원 수단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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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철은 작년3월 1천4백12명의 직원을 한꺼번에 내보냈다.
전체종업원의 7%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해고"한 것은 아니었다.
법정퇴직금외에 정년까지의 잔여기간을 계산해 일정액의 "위로금"을
얹어주는 방식으로 자진사퇴를 유도했다.
포철은 당시 퇴직금외에 50세 이상은 60개월분, 45-49세는 61-89개월분,
45세미만은 90개월분의 월급(통상임금기준)을 추가 지급했다.
응분의 보상을 해줄테니 원하는 사람은 자진퇴직하라는 식이었다.
포철처럼 위로금 성격의 명예퇴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종업원들을
자진 퇴직시키는 명예퇴직제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IBM이 포철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40세이상 직원 4백50여명을
명예퇴직 시켰고 대우중공업 국제상사 삼미특수강 삼보컴퓨터 세일중공업
쌍방울 한일합섬 한국중공업 등이 이 제도를 시행했다.
금융권에서서도 조흥은행(92년)을 시발로 지금은 한국은행까지 명예
퇴직제를 도입했다.
경총이 최근 2백8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7.3%가
명예퇴직제를 도입해 시행했거나 시행중이다.
대상종업원들의 연령도 40-50대에서 최근엔 30대로까지 낮아졌다.
기업들이 앞다퉈 명예퇴직제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 인력을 감축한다는데
그목적이 있다.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임금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갈수록 커져
조직을 슬림화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렵다.
하지만 국내 노동법상 대량해고는 불가능하다.
결국 인력을 감축할 수 있는 길은 명예퇴직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노동연구원의 00000는 말했다.
그는 또 "설비의 합리화및 컴퓨터화에 따른 유휴인력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여서 명예퇴직제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예퇴직은 원래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퇴직을 희망하면 회사가 이를
받아들여 고용관계는 청산하는 제도였다.
"명예"라는 말도 그래서 붙었으며 실제로 일본에선 공로보상이나 인생지원
차원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80년대 중반까지는 인사적체 해소수단 정도로만 인식됐다.
승진에서 여러차례 밀린 사람들이 후진을 위해 명예롭게 은퇴하는 길이
명예퇴직이었다.
그러던게 90년대 들어 대량감원의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그런만큼 국내기업들의 명예퇴직제는 적지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대부분의 명예퇴직이 명예롭게 이루어지지않고
"반강제"로 이루어진다는 점.
포철의 경우처럼 명예퇴직금이 후한 경우엔 그래도 덜하나 상당수
기업들은 오지로의 전보발령 등을 앞세워 명퇴를 강요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명예퇴직을 "기업판 토사구팽"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명예퇴직제를 한번 시행하면 대상자는 물론 대상에서 빠진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심리적 충격을 준다.
"나도 머지않아 당할텐데 굳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있느냐, 적당히 일하다
한몫 챙겨나가자"는 식으로 종업원들의 자세가 바뀐다는 것.
지난 94년 명예퇴직을 실시했던 K사의 P상무는 "명예퇴직제를 실시함으로써
조직을 슬림화하는데는 성공했으나 종업원들의 근로의욕 상실로 회사
분위기가 극도로 침체돼 곧바로 명예퇴직제를 폐지했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나가주었으면 하는 사람은 버티고 반대로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명예퇴직제는 개인별로 대상을 선정하지 않는다.
형평성을 유지하기위해 일정연령이상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게
보통이다.
나가겠다고 하는 사람을 막을 길이 없어 명예퇴직을 시행한뒤 곧바로
모집광고를 낸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대상연령이 30대로까지 낮아진 이후엔 이직자들의 몫돈마련
전략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명예퇴직제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고용관리 임금관리등 경영활동을 유연화하고
능력주의를 뿌리내리는 것이 기업의 당면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예퇴직제를 통해 조직의 슬림화와 인건비 절감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종업원들의 사기저하를 막을 수있는 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필요한 인재가 나가는 것을 방지할 수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영의 잘못을 근로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저급한 조치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인사제도의 전반적인 골격을 바꾸는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경총산하 노동경제연구원의 안희탁연구위원은 강조했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5일자).
전체종업원의 7%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해고"한 것은 아니었다.
법정퇴직금외에 정년까지의 잔여기간을 계산해 일정액의 "위로금"을
얹어주는 방식으로 자진사퇴를 유도했다.
포철은 당시 퇴직금외에 50세 이상은 60개월분, 45-49세는 61-89개월분,
45세미만은 90개월분의 월급(통상임금기준)을 추가 지급했다.
응분의 보상을 해줄테니 원하는 사람은 자진퇴직하라는 식이었다.
포철처럼 위로금 성격의 명예퇴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종업원들을
자진 퇴직시키는 명예퇴직제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IBM이 포철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40세이상 직원 4백50여명을
명예퇴직 시켰고 대우중공업 국제상사 삼미특수강 삼보컴퓨터 세일중공업
쌍방울 한일합섬 한국중공업 등이 이 제도를 시행했다.
금융권에서서도 조흥은행(92년)을 시발로 지금은 한국은행까지 명예
퇴직제를 도입했다.
경총이 최근 2백8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7.3%가
명예퇴직제를 도입해 시행했거나 시행중이다.
대상종업원들의 연령도 40-50대에서 최근엔 30대로까지 낮아졌다.
기업들이 앞다퉈 명예퇴직제를 도입하는 것은 물론 인력을 감축한다는데
그목적이 있다.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임금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갈수록 커져
조직을 슬림화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렵다.
하지만 국내 노동법상 대량해고는 불가능하다.
결국 인력을 감축할 수 있는 길은 명예퇴직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노동연구원의 00000는 말했다.
그는 또 "설비의 합리화및 컴퓨터화에 따른 유휴인력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여서 명예퇴직제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명예퇴직은 원래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퇴직을 희망하면 회사가 이를
받아들여 고용관계는 청산하는 제도였다.
"명예"라는 말도 그래서 붙었으며 실제로 일본에선 공로보상이나 인생지원
차원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80년대 중반까지는 인사적체 해소수단 정도로만 인식됐다.
승진에서 여러차례 밀린 사람들이 후진을 위해 명예롭게 은퇴하는 길이
명예퇴직이었다.
그러던게 90년대 들어 대량감원의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그런만큼 국내기업들의 명예퇴직제는 적지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대부분의 명예퇴직이 명예롭게 이루어지지않고
"반강제"로 이루어진다는 점.
포철의 경우처럼 명예퇴직금이 후한 경우엔 그래도 덜하나 상당수
기업들은 오지로의 전보발령 등을 앞세워 명퇴를 강요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명예퇴직을 "기업판 토사구팽"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명예퇴직제를 한번 시행하면 대상자는 물론 대상에서 빠진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심리적 충격을 준다.
"나도 머지않아 당할텐데 굳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있느냐, 적당히 일하다
한몫 챙겨나가자"는 식으로 종업원들의 자세가 바뀐다는 것.
지난 94년 명예퇴직을 실시했던 K사의 P상무는 "명예퇴직제를 실시함으로써
조직을 슬림화하는데는 성공했으나 종업원들의 근로의욕 상실로 회사
분위기가 극도로 침체돼 곧바로 명예퇴직제를 폐지했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나가주었으면 하는 사람은 버티고 반대로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명예퇴직제는 개인별로 대상을 선정하지 않는다.
형평성을 유지하기위해 일정연령이상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게
보통이다.
나가겠다고 하는 사람을 막을 길이 없어 명예퇴직을 시행한뒤 곧바로
모집광고를 낸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대상연령이 30대로까지 낮아진 이후엔 이직자들의 몫돈마련
전략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명예퇴직제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고용관리 임금관리등 경영활동을 유연화하고
능력주의를 뿌리내리는 것이 기업의 당면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예퇴직제를 통해 조직의 슬림화와 인건비 절감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종업원들의 사기저하를 막을 수있는 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필요한 인재가 나가는 것을 방지할 수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영의 잘못을 근로자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저급한 조치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인사제도의 전반적인 골격을 바꾸는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경총산하 노동경제연구원의 안희탁연구위원은 강조했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