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에 1만달러를 돌파했다.

달러가치 하락을 감안하더라도 1960년의 80달러에서 이정도 수준으로
올라선 것은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다.

경쟁국인 싱가포르 홍콩 대만보다 뒤늦게 1만달러 고지에 올랐지만 그동안
우리는 열심히 달려왔다.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여기서 다시 앞으로 달려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험난한 고비를 넘어야 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부설 국민경제 교육연구소가 발표한 "국민경제
의식조사"에서는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에 기업이 가장 크게 기여했다는
응답이 전체의 56.6%였고 그 다음은 가계(20%) 정부(14.8%) 외부여건(7.9%)
기타(0.7%)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국경없는 경제전쟁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경제성장을 지속한다는 것은 종착점없는 마라톤에 비유될수 있다.

쉬지 않고 계속 달려야 하는 경주이기 때문이다.

누가 어떻게 달려야 하는가.

국민들은 지금까지의 경제적 성과에 대한 기업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앞으로 기업의 역할에는 더 많은 기대가 걸려 있다.

절대빈곤 상태에서 벗어나 선진국 문턱에까지 이른 지난 30여년은 사실
대단한 탈바꿈 과정이었다.

이 탈바꿈을 주도한 경제주체는 다름아닌 기업이었다.

바로 그러한 역할 때문에 일부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기업은 성장의 견인차역할을 떠맡아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은 생산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더욱 효율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발목을 붙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제경쟁의 첨병역할을 하는 기업의 발목을 붙잡아 놓고 뛰라고 할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 스스로도 규제완화 또는 철폐를 공언해 왔지만 아직도 규제의
거미줄은 여전히 온존해 있다.

규제의 필요성이 없는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또 그 첨병역할을 기업에 맡기려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규제를 안화하거나 철폐하면 기업에도 더 많은 책임이 따라야 하는건
당연하다.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경쟁과 가격경쟁에서 이길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국제경쟁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경제성장을 지속하려면 땀흘려 일하는 것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국민의식의 개혁없이 경제성장을 지속시킬 수 없다는게 선진국의 발전경험
이다.

이번 조사결과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또 하나 발견된다.

그것은 공공장소에서의 질서의식 수준은 1만달러 시대에 걸맞지 않고,
또 경제활동의 규칙이나 규범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경제는 저절로 성장하고 소득은 올라가는게 아니다.

기업의 책임, 정부의 역할, 그리고 모든 국민의 올바른 의식구조와
가치관이 어우러져야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