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찬코오롱명예회장이 또 다시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을 맡게 됐다.

경총은 25일 낮 힐튼호텔에서 긴급회장단 회의를 갖고 이명예회장을
차기회장 선임시까지 경총을 이끌 회장직무대행으로 추대했다.

이날 회장단 회의는 지난달 28일 정기총회에서 신임회장으로 선임된
이헌조LG인화원회장이 취임을 고사함에 따라 열린 것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도 차기회장 후보자 인선이나 임시총회 날짜를
결정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경총은 한동안 이명예회장대행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경총 사무국은 그동안 이헌조회장의 "고사"를 한국적 의미의 "겸양"으로
해석, 영입에 자심감을 보여왔으나 경총회장직이 한달가까이 공석으로
있는데 대한 내외의 비판이 거세지자 급히 회장단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예회장이 한동안 직무대행을 맡게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재계
관계자들은 "진작 부터 그랬어야 될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의 임단협이 집중되는 시즌에 사용자 단체장이 공석으로
운영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았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평소 "강성"으로 알려진 박인상위원장이 노총위원장을 맡았고
제2노총인 민노총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는데도 사용자단체의
대응지침이 전혀 없어 일선 사업장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회비를 내는 회원사들에 "회장 직인이 없는" 공문을 보낼 수 없어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했는데다 정기총회 직후 예정된 사무국의
후속인사조치가 없어 사무국직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경총회관을 신축하면서 LG건설에 진 20억원의 빚을 떠넘기기
위해 LG의 이회장을 선택했다는 악성루머까지 돌아 경총과 LG그룹과의
관계도 눈에 띄게 서먹해졌다.

어쨌든 이날 회의로 "이헌조 회장 추대"는 완전히 물건너갔다.

국내 사용자단체의 정기총회 결과가 유명무실하게 된 나쁜 선례를
남긴 셈이다.

이명예회장은 이날 회장단회의에서 "이달 안으로 회장추대 후보를
결정해 다음달 초에는 회장인선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이미 한번 실패했는데 제대로 되겠냐"며
한동안 이회장직무대행체제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는 이회장이 다음 정기총회때 까지 2년더 경총을 맡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