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늘어나는 도시의 흉물을 더이상 방치할수 없다".

화랑들이 도시미관의 향상도 화랑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인식아래
신축 건물의 환경조형물 수주에 적극 눈을 돌리고 있다.

연면적 6,000평방미터 이상 또는 6층이상 (서울의 경우 1만평방미터
이상 또는 11층이상) 건물 신축시 건축비의 1%를 환경조형물 설치에
사용토록 명시한 건축법 제2조9항 (84년 제정)이 지난해 7월부터
권장사항에서 의무사항으로 전환됨에 따라 관련시장이 크게 확대됐지만
그동안 전문가가 아닌 브로커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점령하면서 화랑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온 것이 사실.

때문에 이들 환경조형물이 본래의 취지와 달리 도시환경개선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채 오히려 시각공해를 유발한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른바 "1% 미술장식품 규정"은 의무사항으로 전환되기 이전에도 조례나
시행령 등을 통해 사실상 의무화돼 그동안 서울시내에만 약 1,800여점의
환경조형물이 설치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해도 150여점이 새로 생겨났고 근래에는 건축물이 대형화
되면서 설치비 또한 규모가 커지는 추세.

지난해 준공된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포항제철 사옥의 경우 건축비가
무려 2,700억원에 달해 27억원의 미술장식품을 설치했다.

이에따라 대형화랑을 중심으로 각 화랑들은 최근 잇달아 별도의 조직 및
전담팀과 전문인력을 갖추는 등 환경조형물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도심공간에 많은 예산을 들여 설치되는 공공조형물이 준공검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거나 심지어는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환경조형물은 말 그대로 도시환경 개선에 기여할수 있고
동시에 미래를 위한 건전한 투자가 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능있는 작가의 수준높은 작품을 선택할수 있는
안목과 풍부한 자료, 그리고 작품설치장소의 선정과 제작 및 감리,
설치, 사후관리까지의 전과정을 책임질 수 있는 화랑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

가나화랑 (대표 이호재)은 지난 연초 아트컨설팅사인 가나미술
문화연구소를 설립하면서 환경조형물기획팀을 별도로 설치, 환경조형물
수주에 본격적으로 나설 채비를 갖췄다.

지난 몇년동안 삼성의료원 신라호텔 조선호텔 등 50여곳의 대형건물에
공공조형물을 설치한 가나화랑은 올부터 이 분야에 더 역점을 기울인다는
계획아래 관련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을 구성했다.

국제화랑 (대표 이현숙)도 공공조형물제작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아래 최근 전담팀을 설치하고 브로슈어를 제작, 각 기업에 배포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여의도 쌍용타워, 수원 삼성전자, 서울 힐튼호텔, 평창동 휘닉스파크,
LG전자 광주사옥의 환경조형물 설치를 담당한 국제화랑은 특히 건축물과
어울리는 최상의 작품을 선정할수 있는 컴퓨터시스템도 갖췄다.

갤러리현대 (대표 박명자)도 앞으로 각종 대형건축물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수요에 대비할 예정이다.

이밖에 비교적 후발화랑인 갤러리이즘 (대표 김종찬)도 환경조형물
설치를 위한 컨설팅팀을 운영하면서 수원 삼성건설기술원 동일방직 사옥
등 대형건물에 조형물을 설치했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