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의 강력한 금리인하 드라이브로 금융기관들의 금리인하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날 원화및 외화대출우대금리를 각각 0.15%와 0.4%포인트
인하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도 차등금리를 4%에서 1.5%로 축소,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가산금리를 최고 2.5%포인트나 내렸다.

동남은행도 시중은행에서는 처음으로 신탁대출금리를 최고 2.5%포인트
인하하는 것을 골자로 새로운 금리체계를 마련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중소기업의 경우 평균 0.75% 금리인하효과가 있도록 조정했다.

이들 은행의 금리인하조치에는 두가지 특징이 있다.

산업은행은 인하효과가 큰 우대금리를 내렸고 동남은행은 최고 2.5%나
떨어뜨렸다.

또 다른 점은 두은행 모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를 내리는데 초점을
맞췄다는데 있다.

제일은행이 지난 26일 신탁대출중 일부의 금리를 내린데 비해 인하폭과
대상이 훨씬 큰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금리인하효과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그동안
"금리를 다소 높여야 중소기업지원이 확대된다"는 시중은행들의 주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따라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경쟁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강압성 금리인하유도방침으로 금융자율화라는 큰 흐름에 역행되긴
하지만 보험 신용금고 등 제2금융권에서도 가세한 마당에 금리 인하추세는
전금융권으로 확산되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조흥 상업 서울은행등 시중은행들도 금리를 내리는 방향으로 신탁대출금리
인하방안을 재작성,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나머지은행들도 진작부터 신탁대출금리체계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계정의 금리를 손질한뒤 1-2개월 시차를 두고
신탁금리를 조정할 예정이었으나 부총리간담회이후 호흡이 빨라지고 있다"며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해볼 때 은행들이 이에 적극 호응해야 할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금리를 내리려면 좀더 기다려야 한다는 시각이 여전히
지배적이고 금리자유화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선다는데 대한 거부감 등이
깔려 있어 실제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자금성수기가 시작되는 4~5월을 앞두고 향후 자금시장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또 4.11 총선이후 물가안정을 겨냥한 당국의 통화환수 가능성도 도사리고
있어 은행 등 금융기관의 운신폭은 그만큼 좁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현재 통화수위를 고려해 볼 때 총선이후에도 통화를 환수할 필요성이 없다
고 통화당국은 기회있을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계에선 여전히 향후 금리전망에 대해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나웅배 부총리와의 간담회자리에서 박영철금융연구원장이 "하반기이후
금리상승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금융관계자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금융계의 임원은 "금리에 대해서 재경원과 다른 여러 시각이 있을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대출금리가 내림세라는 대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각 은행별로 그폭과 시기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기업이 이같은 은행의 금리인하조치에 대해 그 효과를 피부로
느낄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 김성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