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시장경제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와의
경제교류도 지난 90년 양국수교이후 다방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높은 성장잠재력을 지녔고,
또 장기적으로 동북아경제권에 흡수될 러시아와의 경제교류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이런 당위에서 한국경제신문사는 26일 대한상의 국제회의실에서 한러시아
극동협의회와 Russian FarEast Update 공동으로 "러시아 경제전망과
효과적인 진출방안"에 관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의 주제발표중 관심을 모았던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 편집자 >>

=======================================================================

케빈 블럭 < 퍼시픽 로 센터 소장 >

러시아에서는 "무법동부"라는 말이 있다.

러시아 극동지역이 법체계가 엉망이라는 얘기다.

이 지역에 진출해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은 "분쟁이 생기면 법률가 대신
총잡이에게 문의해 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 때문에 법을 무시해도 좋다는 관념이 팽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관념은 러시아에서 법이 지니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선진국에서 법은 기업간 거래의 기본틀을 제공한다.

또 관련당사자들은 법적 약속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고 만일 준수하지
못할 경우에는 벌칙이 뒤따른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법의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모든 당사자들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객관적인 규칙을 모아놓은게 아니다.

또 의미 있는 벌칙과 그 집행방법도 없다.

러시아에선 법이 하나의 문화적환경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법집행의 원칙이나 일관성이 없다는 얘기다.

러시아의 법은 크게 관계법 관료법 실체법 등의 영역으로 구분될 수 있다.

러시아는 서구식 법치사회가 확립된 적이 한번도 없다.

근본적으로 관계에의한 사회였다.

어떤 법칙이 실세 상황에 적용될 때는 누구를 알고 있느냐에 따라 수시로
변경된다.

서구의 합리주의 보다 동양적 정서가 법적용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다.

일부 러시아법은 그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형성시키는 수단으로써 큰 의미를 지니는 경우도 있다.

예를들어 합작사업을 추진할때에 합작계약서는 법적 효력보다 계약당사자간
이해를 증진시키고 향후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수단의 의미가 더
강하다.

러시아법의 두번째 특징은 관료의 자의적 해석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관료들은 재량권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양의 부속법 내지 규제법
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들어 행정규제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관료주의의 높은 벽은
쉽사리 허물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특징 때문에 러시아에서는 하나의 법집행이 이뤄질때 하나의 법규정이
단편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외국인투자자들은 매우 힘든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제반 규정들을 모두 파악한뒤 별도의 인력과
시간을 투여하지 않으면 법규정을 어기기 십상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우선 러시아측 파트너로 하여금 제규정 준수의
책임을 떠맡기는게 유리하다.

러시아 극동의 법적 사업환경은 매우 불안하지만 무법상태로 볼수는 없다.

법을 철저히 지키는 곳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법을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된다.

극동지역애 투자하려면 이런 법의 아이러니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러시아에서 법적 분쟁이 벌어졌을 때의 해결방법은 크게 4가지로 나눠볼수
있다.

가장 편리한 방법은 사적중재이다.

계약당사자끼리 법규정을 무시하면서까지 중재에 이를 때도 있다.

두번째로 중재법원을 통한 해결이 있다.

러시아는 기업간 분쟁을 심리할 수있는 특별소송제도를 두고 있다.

지난 수년동안 중재법원은 관할권한을 점차 확대해 요즘에는 상법의
법문해석을 맡기도 한다.

따라서 러시아에서 분쟁소송을 제기할 때는 먼저 중재법원에 찾아가는게
바람직하다.

지방에서 분쟁소송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에는 모스크바소재 중재대법원에
항소할 수도 있다.

상공회의소에 의한 중재도 유력한 방법이다.

러시아 연방상공회의소는 일찍이 공산체제에서도 상사분쟁위원회(IAC)를
설치해 두고 각종 분쟁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위원회는 러시아내 유력법률가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의 능력과
공정성은 국내외적으로 평판이 나있다.

법적으로도 IAC의 판정은 다른 사법기관의 결정과 또 같은 효력을 지닌다.

지방상공회의소도 분쟁 법원을개설해두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들이 명성의
그다지 높지 않다.

러시아내에서 분쟁을 해결하지 못할 때에는 국제중재에 맡기는 방법도
있다.

이런 국외판정은 러시아당국과 쌍무법률협정을 체결한 국가들의 사법기관
으로부터 판정을 받았을 경우에 유효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