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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통신이 사회를 바꾼다] (3) 수평적 인간관계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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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시계"세대와 X세대가 한 자리에서 만나 80년대와 신세대문화를
    토론한다.

    강남 압구정문화와 뒷골목 포장마차문화가 한데 어울어져 세대와 계층간의
    벽을 허물어뜨린다.

    권위적이고 수직적이던 인간관계가 수평적인 만남으로 바뀌고 있는 PC통신
    공간의 모습이다.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망을 이용하는 유료사용자는 현재 77만여명.

    이들은 전화선과 컴퓨터하나로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세태를 반영해 최근에는 혈연 지연 학연이라는 것에 덧붙여져
    컴연(Com 연)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컴퓨터통신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하나의 통로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PC통신이용자들의 만남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띠는 변화는 연령초월현상
    이다.

    사용자의 연령대가 천차만별이어서 60대를 넘어선 사람부터 10대
    청소년까지 함께 모이는 기회가 자주 발생한다.

    아직까지는 젊은이들이 사용자의 대다수이긴 하지만 점차 이용자들의
    폭은 더욱 넓어지고있다.

    띠별동호회같은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 천리안에 있는 용띠동호회 꼬꼬
    (닭띠)동호회 토끼띠동호회등에서는 회원들이 12년이나 24년이라는 세월의
    차이를 넘어서 서로 친목을 다지고 있다.

    사이버스페이스속에서는 "장유유서"보다는 같은 관심사를 갖는 "통신인"
    이라는 동질감이 더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또 다른 특징은 계층이나 사회적 지위등 각종 이해관계를 떠난 진솔한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전화비와 통신사용료만 있으면 쉽게 이용할수 있어 저소득층에서 부유층에
    이르기까지 통신인구가 광범위하게 펴져있는 때문이다.

    친목성격의 동호회나 취미동호회에서 중소기업사장과 공장직원이 서로
    부담없이 사귀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갖가지 모임속에서 속속 결혼이라는 열매를 맺는 통신커플도 많이 탄생해
    통신을 통한 이성교제도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 됐다.

    하이텔이 자체조사한 자료를 보면 그동안 약1백80쌍의 통신커플이 탄생
    했고 이용자의 40%가량이 이성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PC통신이 사랑을 맺는 중매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천리안의 최정은대리는 "어떤 제한도 없이 쉽게 사람을 사귈수 있다는
    장점이 각종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한다.

    물론 사이버스페이스가 전통적 인간관계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지역이나 학연에 따른 동호회도 여전히 많다.

    그러나 통신인구가 늘면 늘수록 이전의 상식에서 과감히 벗어나고자
    하는 새로운 모임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통신인들이 서로 만나 함께 토론하고 부대끼며 활동을 하고 있는 동호회의
    모습을 잠시 들여다보면 이같은 추세는 분명하다.

    현재 통신동호회는 천리안의 경우 3백여개이고 하이텔도 2백50여개에
    달한다.

    적게는 3-4백명의 소모임에서 많은 곳의 경우 3만여명이 회원인 동호회도
    있다.

    이들 동호회는 전문 학술 문화 예술 생활 취미 학연 지역등 각기 다양한
    영역에 분포해있고 갈수록 세밀하게 분화되고 있다.

    현대인의 관심사가 그만큼 다양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사회공간에서는 갖기 어려운 이색모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술을 좋아하는 술사랑동호회나 맞사모(맞고사는 남편들의 모임), 증권
    투자인들의 정보교환을 위한 증권사랑동호회, 홀로서기(30세이상 미혼자
    모임)등.

    얼마전에는 하이텔에서 "또하나의 사랑"이라는 동성연애자의 모임이
    개설되기도 했다.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열린 공간에는 어떠한 제한도 차별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같이 통신을 통한 다양한 인간모임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없지는
    않다.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면서 정작 실제 사회에서는 주눅이 들고 사이버
    스페이스에서만 적극성을 발휘하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씨"같은 인간형이
    늘고 있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해 숨어있는 자신의 장기와 적성을 발견하고
    적극성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많다.

    남들 앞에서 말하기 힘든 "성(성)"문제나 "정치"문제등에 대해 거리낌없이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맺은 수평적 만남속에서 통신인들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세력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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