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건설이 무슨 돈이 있지.

자본금이 3백억원도 안되는데 대한투금을 1,500억원에 샀다고"

지난해 9월5일.

성원건설이 대한투금을 매수했다고 발표했을때 증권가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성원건설의 자금력에 대한 얘기였다.

자금력이 충분치 않아 재M&A를 위한 매수였다는 풍문이 나돌았고 실질적인
매수주체는 J기업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성원건설의 반응은 달랐다.

"자금조달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회사채발행과 유상증자,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등 크게 세가지 방법을
썼다.

재M&A를 위한 매수도 아니었다"는게 성원건설 관계자의 설명이다.

성원건설이 대한투금을 매수한것은 자금조달면에서 관심을 끌만하다.

변형된 형태이기는 하지만 LBO (Leveraged Buy-Out) 기법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LBO란 원래 이자부담이 많은 정크본드를 발행하는등 다양한 금융기관차입을
통해등 매수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마치 지렛대를 이용해 큰돌을 들어 올리듯이 자금을 동원하는 것이다.

미국등 해외에서는 대규모기업 매수에 활용되는 일반적인 기법이다.

성원건설의 경우는 엄밀한 의미에서는 LBO라고 볼수 없다.

대주주가 기업에 대한 소유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변질된 형태로
도입된 것으로 평가된다.

"성원건설이 계열회사인 모던인스트루먼트가 성원건설의 지급보증으로
매수대상기업인 대한투금으로부터 150억원을 차입한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다" (한외종금 윤현수 국제금융부장)

성원건설이 자금줄을 확보하기 위해 대한투금을 인수한것이지 기업매수를
위해 자금조달방법으로 LBO를 한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전형적인 LBO형태로 기업을 매수해야
할만큼 초대형규모의 M&A는 없었다는게 윤부장의 설명이다.

따라서 성원건설의 대한투금인수를 위한 자금조달방법은 한국형 LBO라고
볼수있다.

"내회사를 내마음대로 한다"는 대주주의 강한 소유의식이 매수대상기업에
까지 적용된 것이다.

전주지역의 건설업체로 출발한 성원건설은 금융기관을 매수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왔다.

건설업체로서 금융기관을 갖고 있는게 자금흐름을 원활하게 할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룹차원에서 금융 건설 정보통신등 세가지 축으로 사업을 다각화
한다는 전략도 서있었다.

지난 94년말과 지난해초에 국민은행계열인 한성상호신용금고 입찰에
4번이나 응찰한 것도 금융기관매수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자금줄을 확보하기 위한 성원건설의 노력은 전윤수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박용훈 대한투금사장이 지난해 7월부터 미원그룹 임창욱회장과의 물밑협상을
주선하면서 크게 진전됐다.

임회장의 탁월한 재테크와 성원건설의 금융기관매수 노력이 어우러지며
대한투금의 M&A는 성사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금동원 방법으로 LBO가 활용된 것이다.

성원건설의 계열사인 모던인스트루먼트사가 매수대상기업인 대한투금으로
부터 매수자금을 끌어쓴 것은 도덕적으로 논란의 여지는 있다.

물론 모기업의 지급보증으로 자회사가 대출받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관행처럼 돼 있다.

그러나 자본금 32억원의 모던인스트루먼트사가 150억원을 빌린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리적인 문제를 떠나면 M&A의 자금조달방법 측면에서 성원건설은 진전된
기법을 썼다.

보통 주식양도의 방법으로 기업을 매수하면 매수대상기업의 차입금까지
안고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매수대상기업까지 자금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어쨋든 M&A의 자금조달방법으로 한국형 LBO는 앞으로 더욱 진전된 모습으로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

<최명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