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이 정신집중에 도움을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는 어떤 스포츠보다
으뜸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고막을 찢을듯한 굉음과 어깨에 부딪쳐 오는 강한 반동, 또 비행하는
피전을 명중시켰을 때의 그 통쾌함이 바로 그것일 것이다.

그 짜릿함에 끌려 필자가 클레이 사격에 입문한지 어느덧 3년이
되었나보다.

총을 좋아하고 수렵시즌이 아니라도 총을 쏠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유혹이
되어 친구와 함께 처음 인천사격장을 찾았을 때 평소 사격에 자신을 가졌고
특히 날아가는 꿩 정도는 백발백중, 눈감고도 맞힐수 있다고 자만해 있었다.

사대 밖에서 남들이 사격을 하는 것을 보니 클레이 사격도 별것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자신만만함은 일순간에 깨지고 말았다.

사선에 서 관리인이 가르쳐주는대로 몇번 거총연습을 한후 실탄을 장전하여
긴장된 마음으로 얏!하고 피전을 기다렸다.

빠르게 날아오른 피전을 맞히기는 커녕 눈으로 보기에도 어려울정도로
빨리 날았다.

어떨결에 당긴 방아쇠는 총소리는 요란하게 울려댔지만 피전 근처에도 가지
못한채 15발을 쏘도록 한발도 못 맞히고 말았다.

피식피식 웃는 소리가 들리고 비지땀은 흐르고 총을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드디어 피전이 산산 조각났다.

얼떨결에 맞은 것이다.

공중에서 산산히 부서지는 것을 보며 "아! 바로 이 기분으로 사격을
하는구나" 속으로 중얼거리며 몇개의 피전을 더 맞힐수 있었다.

하루종일 산야를 힘들게 걷다 반갑게 만난, 쇳소리를 내며 힘차게 날개짓
하며 비상하는 꿩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맥없이 땅으로 곤두박질
할때의 그 기분, 바로 그 기분과 똑 같았다.

지난해 9월엔 김대원 (토건업)씨와 함께 인천 클레이 사격동호회를 구성
하였으며 회원으로 이경진 (수의사) 이수억 (회사원) 최도순 (건축설계사)
박형재 (부천럭비협회장) 이명환 (회사원) 이수희 (여.회사원)씨 등
30여명의 열성회원이 입회하여 매월 정기 사격대회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