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고 훌륭한 지도자를 만난다는것은 어떤 단체나 국가를 막론하고
여간 행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두 전직대통령 부정축재 재판과 장학로 청와대부속실장 부정사건, 4.11총선
등으로 한창 분위기가 상기돼 있는 이때에 비록 남의 나라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훌륭한 지도자상을 몸소 실천한 감동어린 뉴스를 접했다.

다름아닌 바츨라프 하벨 체코대통령의 이야기이다.

60세의 나이인 그가 무소유의 현명함을 터득한듯 모든 재산을 자선사업단체
에 기증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동유럽 붕괴시 무혈혁명을 성공시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하벨대통령은
세계적인 극작가로서 개인적으로 저축한 돈과 저술활동으로 얻은 상금및
원고료, 그리고 물려받은 모든 상속재산을 정리해 만든 수입억원의 돈을
신탁기금으로 조성, 그 운영수익을 자선사업에 쓰도록 했다는 소식이다.

그는 대통령취임후에도 대통령관저에 살지 않고 경호원도 없이 조그마한
사가에서 출퇴근했다.

뿐만아니라 대통령봉급도 꼭 직무수행에 필요한 일에만 쓸뿐, 나머지는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했다고하니 어찌 감동어린 뉴스가 아니겠는가.

과거의 우리네 정치사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란 생각에 귀가 번쩍 뜨이지
않을수가 없었다.

비록 남의 나라 지도자의 생활상이기는 하지만 그런 인물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나왔으면 하는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런이야기는 비록 하벨대통령뿐만이 아니다.

문화의 나라 프랑스에도 전례가 있다.

현대미술의 보고인 퐁피두현대미술관은 파리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보았을 것이다.

퐁피두대통령내외가 평생동안 모은 미술품을 퇴임때 국가에 헌납했고
후임이었던 지스카르대통령이 전직대통령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미술관을 세우고 그의 이름을 따 퐁피두미술관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필자는 이 두 프랑스대통령을 항상 마음속으로 존경하며 살아간다.

법정에 나란히 선 우리네 두 전직대통령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이 분들을
보면서 바람직한 우리네 지도자상은 과연 어떤 것인가를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그려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