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장학로 전청와대부속실장의 거액축재파문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검찰의 수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수사과정에서 몇몇 대기업들의 뇌물공여 혐의를 포착했다는
미확인 루머가유포되고 있는데다 30대그룹에 속하는 대기업관계자
4~5명이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설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대기업총수들도 거액을 건네줬다는 루머가 나오고 있는 것도
더욱 긴장케 만들고 있다.

대기업은 기조실 정보팀을 총동원, 검찰의 수사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에 불려간 기업인이 누구이고, 추가로 소환될 기업인은 없는지
수소문하느라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검찰주변에선 이와관련, S전자의 L모전무, L그룹기조실 K상무 등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흘러 나오고 있다.

재계일부에서는 대다수 대기업이 이번 수뢰파문에 연루됐다는 주장도
나오고있다.

삼성비서실관계자는 "장씨 수뢰사건에는 많은 대기업이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 "4.11"총선과 오는 6월 통신사업자 선정을 코앞에 두고
이번 사건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장씨 축재비리를 폭로한 국민회의가 청와대측근들에 대한 제2, 3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고, 이에맞서 여당도 김대중총재가
신들에 대한 맞불작전식 비리폭로전을 전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대기업들이 비자금사건과관련, "노태우리스트"에 이어 "전두환리스트"로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장학로리스트"로 또 한번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재계는 검찰수사과정에서 돈 준 기업인들이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
유무를 떠나 그룹이미지와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무엇보다 이번 수뢰사건에 연루된 기업은 도덕성이 중요
항목으로 평가되는 개인휴대통신(PCS)등 통신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결정적인 "상처"를입고 탈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업관계자들이 장씨에게 경쟁적으로 접근한 것은 특정사업권에 대한
로비를위해서라기 보다는 김영삼대통령을 비롯 청와대 내부의 정보수집과,
대통령측근들과 "안면익히기"를 위한 것이 더 큰 목적이었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장씨에게 "떡값"명목의 돈이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장씨의 축재는 임원급들이 주는 이같은 의례적인 떡값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일부총수들이 거액의 검은 돈이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장씨가 돈을 집중적으로 받은 시기가 정권교체기인 지난92년과
93년 문민정부 초기로 당시는 재계가 청와대의 경제정책 등에 대한 기류에
목말라했던 시기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업관계자들은 장씨에게 준 돈이 소액이고, 이권청탁을 한 것도
아니어서 법적으론 문제될 것이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전경련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연루되는 것만으로도 기업들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될 수 밖에 없다"면서도 정치권의 조속한 파문수습을
기대하고 있다.

<이의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