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열전모듈을 응용한 신냉각시스템개발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반도체열전모듈은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냉매(CFC)없이도 정밀전자
제품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율적으로 떨어뜨릴수 있는 환경친화적 전자
냉각모듈.

이는전기는 열로, 열은 전기로 바꿔주는 "열전재료"의 특이한 성질을
응용한 것이다.

즉 비스무스테룰리움(Bi-Te)계통의 단결정으로된 P형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엇갈리게 평면배열한 뒤 양단면에 알루미나판을 부착한다.

두 반도체에 직류전기를 흘려주면 한쪽면에서는 열이 발생하지만
반대쪽 면은 냉각되는데 이 면을 발열부위에 접착시켜 열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열이 나는 면에는 방열핀을 부착하거나 팬을 돌리는 방식으로
열을 떨어뜨려 줘야한다.

열전재료의 이같은 성질은 처음으로 발견한 프랑스의 과학자 이름을
따 "펠티에효과"라고 불린다.

가로세로 4cm 크기의 알루미나기판 사이에 1백27쌍의 P형, N반도체소자를
배열한 반도체열전모듈을 예로들어 보자.

이 모듈에 12V, 6A의 전류를 흘려줄 경우 반도체 양쪽 끝은 최대
섭씨 67도-72도 정도의 온도차이를 보이며 외부조건에 따라 보통 평균
섭씨 35도 정도의 온도차이를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발열면의 온도를 섭씨35도로 유지해주면 냉각면은 섭씨 0도까지
낮아져 기기에서 발생하는 열을빼앗는다는 것.

실제로 1백50MHz 이상의 펜티엄프로세서에 아무런 냉각장치를 달지 않을
경우 보통 섭씨 1백10도까지 가열돼 시스템이 손상되는데 반도체열전모듈을
장착하면 한여름에도 섭씨 60도-65도를 유지, 최적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이같은 성질을 갖고 있는 반도체열전모듈은 최근들어 컴퓨터는 물론
자동차용 냉온장고, 가정용 소형냉수기등 생활용품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각국에서는 특히 군사용으로 많이 쓰고 있다.

군사위성용 CCD촬성소자의 경우 열이 올라가면 잡음이 심해져 상이
또렷이 맺히지 않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반도체열전모듈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나라들은 또 반도체열전모듈을 발전용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파이오니어 바이킹 보이저등 태양열을 이용할 수 없는 우주선의
동력원으로 특수 반도체열전모듈을 채택하고 있다.

우주전쟁을 가상한 "SP100프로젝트"의 핵심인 순간고출력레이저빔
발생장치의 동력원으로도 연구를 수행했었다.

러시아의 경우 핵잠수함의 동력원으로 반도체열전모듈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오고 있다.

발전용으로의 이용은 반도체열전소자 양끝에 온도차이가 날 경우
열기전력이발생한다는 "제백효과"를 응용한 것이다.

이는 반도체열전소자를 밑면에 부착한 소형주전자에 물을 넣어 끓이면
열원에 구애받지 않고 소음없이 전기를 얻을 수 있다는 "빨치산주전자"
원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몽고등지에서는 라디오전원으로 실제 이를 활용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상용발전소에 적용하려는연구도 진행중이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연세대 홍익대 인하대등
일부대학을 중심으로 관련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주)서모텍이
소형가전제품과 컴퓨터 중앙처리장치 냉각용으로 쓸 수 있는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KIST 금속연구부 현도빈박사팀의 경우 반도체열전소자분야를 과학적으로
체계화한 러시아의 이오페박사 제자들과 함께 "전기자동차용 냉방시스템"
실용화연구를 진행중이다.

현박사팀은 이와더불어 반도체열전소자자체의 물성개량연구와 보다
효율적인 열전소자제조및 모듈제작방법 연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박사는 "국내에서는 아직 반도체열전모듈이 가정용 소형 냉수기등에
국한돼 활용되고 있지만 초정밀 전자기기산업발전에 따라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관련연구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