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이 사회를 바꾼다] (4) 달라진 직장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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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 재무본부 자금팀에 근무하는 박성진 대리(33)의 책상에는 여느
사무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서류더미가 사라진지 오래다.
컴퓨터가 놓여 있고 몇권의 교양서적만이 책상위에 꼽혀있을 뿐이다.
아침 9시에 출근한 박대리는 컴퓨터를 켜고 자신에게 전달된 메일과
게시속보를 검색한다.
월말 정산을 마무리하고 포항과 광양제철소의 다음달 자금운영계획을
작성하라는 부장으로부터의 메시지를 확인한다.
박대리는 이어 각 부서에 보낼 월말 정산요령을 작성해 모든 부서의
회계담당자에 자사 컴퓨터통신망으로 문서를 전송한다.
이전 같으면 하루종일 팩스앞에서 서류를 보내는데 매달려도 벅찼지만
이젠 불과 1시간내에 관련 서류를 모두 넘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후 시간 화상회의실을 이용, 다음달 자금운용방침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박대리는 속속 도착한 각 부서 월말정산 문서의 금액과 양식을 확인한다.
이상이 없는 문서는 곧바로 부장에게 전자결재를 올리고 다음달 자금운영
계획을 작성해 마찬가지로 전자결재시스템을 이용하면 하루의 업무는
마무리된다.
6시께 박대리는 집에 가기 전에 들를 예정인 헬스클럽의 전화번호를
남기고 퇴근한다.
이같은 박대리의 하루는 컴퓨터통신이 업무에 도입되면서 보편화되고 있는
현상이다.
대기업들이 자사통신망을 운용하고 있는 반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감당키 어려운 중소업체들은 컴퓨터통신회사의 폐쇄이용자그룹
(CUG)을 이용, 기업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월 30만원안팎의 비용으로 자사망과 거의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어 현재
하이텔을 이용해 기업통신망을 구축한 회사는 69개, 데이콤은 96개로 급속한
확산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4년부터 기업통신망을 이용하고 있는 한국화장품 사무실에도 종이와
볼펜을 찾아보기 힘들다.
각 지사의 매출실적과 재고현황등 각종 자료가 통신망을 통해 곧바로
본사에 도착하고 그룹계열사인 다른 회사의 동향과 인사등 각종정보도
통신망을 통해 모든 직원의 검색이 가능하다.
특히 각 지사에 문서를 보낼 때마다 치러야 했던 팩스쟁탈전이 사라진지
오래고 특정 문서를 찾을 때마다 서류함을 뒤져야 하는 불편함도 사라졌다.
업무능률 향상을 위해 도입한 컴퓨터는 직장문화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전보다 업무시간이 단축돼 짧은 시간안에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눈에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
이에따라 업무의 효율성이 향상됐고 이는 곧 기업의 경영성과로 연결된다.
또다른 변화는 직장내 상사와 부하직원과의 관계다.
결제서류를 직장 상사에게 가지고 갈 때마다 느껴야 했던 부담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전자결재를 통해 상사는 지적사항이 있을 때도 업무와 관련된 시정요구를
컴퓨터를 통해 전달할 수 있게된 때문이다.
포항제철 기획조정실 정동섭 대리(32)는 "직장 상사도 사람인 만큼
매일매일 감정에 좌우되기 마련이지요.
어떤날은 사소한 잘못에도 호되게 꾸지람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결재에서는 감정이 포함될 수 없습니다"라며 이전과는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화는 "정보의 공유"현상.
컴퓨터 자료실을 이용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 각종
자료를 조회할 수 있다.
고위 직책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던 시대가
지나갔고 위계질서와는 상관없이 전 사원들이 정보를 공유하게 된 것이다.
동아제약 기획실에 근무하는 전대현대리(31)는 "다른 회사나 지사에서
추진하는 새로운 업무를 즉시 알 수 있게됐다.
자신이 담당하던 일밖에 모르던 시절과 비교하면 업무영역도 넓어지고
폭넓은 사고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업문화가 업무의 효율성측면에서 기여하고 있는 반면
얼굴과 얼굴을 맞대며 공동체로 생활했던 전통적인 직장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업무능력과 더불어 인간적 친화력이 비등하게 평가되던때와 달리 단지
업무능력만이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직장인들의 우려도
그래서 그런지 찾기가 어렵지는 않다.
이철우 고대 사회학과 강사(35.사회학박사)는 "컴퓨터 활용으로 계층
파괴가 점차 이뤄지고 있고 업무의 집중성과 효율성이 최고의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지만 정을 바탕으로한 우리 고유의 인간관계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 김남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8일자).
사무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서류더미가 사라진지 오래다.
컴퓨터가 놓여 있고 몇권의 교양서적만이 책상위에 꼽혀있을 뿐이다.
아침 9시에 출근한 박대리는 컴퓨터를 켜고 자신에게 전달된 메일과
게시속보를 검색한다.
월말 정산을 마무리하고 포항과 광양제철소의 다음달 자금운영계획을
작성하라는 부장으로부터의 메시지를 확인한다.
박대리는 이어 각 부서에 보낼 월말 정산요령을 작성해 모든 부서의
회계담당자에 자사 컴퓨터통신망으로 문서를 전송한다.
이전 같으면 하루종일 팩스앞에서 서류를 보내는데 매달려도 벅찼지만
이젠 불과 1시간내에 관련 서류를 모두 넘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후 시간 화상회의실을 이용, 다음달 자금운용방침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박대리는 속속 도착한 각 부서 월말정산 문서의 금액과 양식을 확인한다.
이상이 없는 문서는 곧바로 부장에게 전자결재를 올리고 다음달 자금운영
계획을 작성해 마찬가지로 전자결재시스템을 이용하면 하루의 업무는
마무리된다.
6시께 박대리는 집에 가기 전에 들를 예정인 헬스클럽의 전화번호를
남기고 퇴근한다.
이같은 박대리의 하루는 컴퓨터통신이 업무에 도입되면서 보편화되고 있는
현상이다.
대기업들이 자사통신망을 운용하고 있는 반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감당키 어려운 중소업체들은 컴퓨터통신회사의 폐쇄이용자그룹
(CUG)을 이용, 기업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월 30만원안팎의 비용으로 자사망과 거의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어 현재
하이텔을 이용해 기업통신망을 구축한 회사는 69개, 데이콤은 96개로 급속한
확산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4년부터 기업통신망을 이용하고 있는 한국화장품 사무실에도 종이와
볼펜을 찾아보기 힘들다.
각 지사의 매출실적과 재고현황등 각종 자료가 통신망을 통해 곧바로
본사에 도착하고 그룹계열사인 다른 회사의 동향과 인사등 각종정보도
통신망을 통해 모든 직원의 검색이 가능하다.
특히 각 지사에 문서를 보낼 때마다 치러야 했던 팩스쟁탈전이 사라진지
오래고 특정 문서를 찾을 때마다 서류함을 뒤져야 하는 불편함도 사라졌다.
업무능률 향상을 위해 도입한 컴퓨터는 직장문화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전보다 업무시간이 단축돼 짧은 시간안에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눈에 나타나는 가장 큰 변화.
이에따라 업무의 효율성이 향상됐고 이는 곧 기업의 경영성과로 연결된다.
또다른 변화는 직장내 상사와 부하직원과의 관계다.
결제서류를 직장 상사에게 가지고 갈 때마다 느껴야 했던 부담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전자결재를 통해 상사는 지적사항이 있을 때도 업무와 관련된 시정요구를
컴퓨터를 통해 전달할 수 있게된 때문이다.
포항제철 기획조정실 정동섭 대리(32)는 "직장 상사도 사람인 만큼
매일매일 감정에 좌우되기 마련이지요.
어떤날은 사소한 잘못에도 호되게 꾸지람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결재에서는 감정이 포함될 수 없습니다"라며 이전과는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화는 "정보의 공유"현상.
컴퓨터 자료실을 이용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 각종
자료를 조회할 수 있다.
고위 직책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던 시대가
지나갔고 위계질서와는 상관없이 전 사원들이 정보를 공유하게 된 것이다.
동아제약 기획실에 근무하는 전대현대리(31)는 "다른 회사나 지사에서
추진하는 새로운 업무를 즉시 알 수 있게됐다.
자신이 담당하던 일밖에 모르던 시절과 비교하면 업무영역도 넓어지고
폭넓은 사고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업문화가 업무의 효율성측면에서 기여하고 있는 반면
얼굴과 얼굴을 맞대며 공동체로 생활했던 전통적인 직장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업무능력과 더불어 인간적 친화력이 비등하게 평가되던때와 달리 단지
업무능력만이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직장인들의 우려도
그래서 그런지 찾기가 어렵지는 않다.
이철우 고대 사회학과 강사(35.사회학박사)는 "컴퓨터 활용으로 계층
파괴가 점차 이뤄지고 있고 업무의 집중성과 효율성이 최고의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지만 정을 바탕으로한 우리 고유의 인간관계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 김남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