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모든 정치.경제.사회문제는 방향 상실 때문입니다.

인구폭발 공해 빈곤 전쟁등의 문제가 목적론적 철학의 부재에서 초래된
것인만큼 원목적 (Original Purpose)을 되찾는 새로운 철학의 정립을 통해
문제해결에 나서야 합니다"

주관중 전 경희대교수가 원목적에 충실한 새로운 철학으로서 질학을 소개한
"질량의 철학-질로 흥하고 양화로 망한다" (집문당간)를 펴냈다.

위기에 처한 현대문명이 서구적 민주주의나 다수결원리, 또 동서양 고전
사상의 단순한 복고나 현대의 종교, 실증주의적 과학으로 치유될 수 없다는
인식아래 현대사회의 제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철학으로 질학을 제기한 것.

"질은 원목적에의 응합도입니다.

상품을 예로 든다면 그 상품이 처음 만들어질때의 목적, 즉 원목적에
충실한 정도를 말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현대문명의 위기는 질의 소멸에서 찾아져야 합니다.

원목적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은 양화의 시대는 결국 파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목적은 사상과 제도, 기구와 전문분야가 만들어질때의 원초 목적을
말하는 것인 만큼 일반의 목적과 달리 변하지 않는다는 주교수는 현대의
정치.경제.사회체제는 이러한 원목적을 상실하고 부차적인 목적에만 집착
하고 있기 때문에 알력과 갈등을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질은 실과 형(형식)을 거쳐 양과 양화로 변화합니다.

그리고 나쁜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은 없고 양뿐인 상태를 말하는
양화입니다.

시체 부패물 가짜 암등이 바로 양화이죠"주교수는 그래서 지금은 양화에서
질로 돌아갈 때임을 강조한다.

세계의 분쟁이 양화로 인해 일어나기 때문에 인간이 질, 즉 원목적에
가까이 갈수록 평화와 통합이 이루어진다는 얘기다.

"정치학을 전공한 제가 철학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현상에 주목하는 과학의
맹점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학문은 결국 과학이라는 앞문을 통해 철학이라는 뒷문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과 철학은 결국 How와 Why의 차이일 뿐입니다.

How를 통해 해결되지않는 문제를 보다 근원적인 방법인 Why에 대한 물음
으로 답을 찾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지요"

인류의 불행을 원목적이 왜곡된 경제와 과학에서, 국민과 서민의 고통을
원초적 목적에서 벗어난 정치현상에서 찾고 있는 주교수는 현재 기업들이
추진중인 경영혁신과 관련, 상품의 품질관리(TQC)뿐 아니라 인간의
정신질관리(SQC)에도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94년 정년퇴임한 주교수는 연세대 정외과와 미남일리노이대학원을 졸업하고
연세대교수(60~63년) 대통령정무비서관(63~69년) 민족발전연구원장(70~76년)
을 거쳐 82년부터 경희대교수로 재직해왔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