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흑'의 극단적 대비 "잔인한 감동" .. 5.18소재 '꽃잎'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올해 칸영화제에 출품된 장선우 감독의 화제작 "꽃잎"이 4월5일
전국 30개극장에서 동시 개봉된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제작초기부터 대규모
시위군중과 계엄군 발포 등 충격적인 장면들로 CNN을 비롯한 세계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개봉전 영국 메이페어사에 한국영화사상 최고액인
48억원에 수출돼 화제를 모았다.
제작사인 미라신코리아 (대표 안병주)는 이 영화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을 감안, 개봉 전날인 4일밤 서울 부산 등 5대도시에서 전국 동시
시사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최윤 소설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를 영상으로 옮긴
이 작품은 16년전 그날의 "원죄"로부터 한시도 자유로울수 없는 우리시대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5월 광주의 모습을 흑백 무성영화처럼 비추면서 시작된다.
조각난 기억을 끼워맞추듯 간헐적으로 재생되는 화면은 상처받은
15세 소녀 (이정현)의 영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공사장 인부 장 (문성근)과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소녀의
슬픔은 영화가 전개될수록 엄청난 무게로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계엄군의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어머니.
"살아남기 위해" 죽어가는 어머니의 꼭 쥔 손을 발로 짓밟아 떼내며
도망친 소녀는 죄의식에 시달리다 미쳐버린고 만다.
흑백과 반컬러로 두차례에 걸쳐 보여지는 이 장면은 국기하강식과
겹쳐 또다른 시대적 아픔을 상기시킨다.
모든 사람들이 애국가와 태극기앞에 멈춰서 있는 "정지된 시간" 속으로
빨간 투피스차림의 소녀가 혼자 걸어가는 화면은 "쉰들러 리스트"에
나오는 빨간외투의 꼬마를 연상시킨다.
흑백과 빨간색의 극단적인 대비는 소름끼치도록 잔인한 감동을
연출한다.
마지막부분에 삽입된 나레이션은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좀더 설명적으로
전하고 있다.
"혹시 찢어지고 때묻은 치마폭 사이로 맨살이 행여 당신의 눈에 띄어도
아무것도 보지 못한듯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 주십시오.
당신의 옷자락이나 팔꿈치를 잡아당겨도 부드럽게 떼어놓아 주십시오"
그러나 "무서워 하지도 말고 그저 관심있게 보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라는 끝귀절에 오면 맥이 빠진다.
원작에 충실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안타깝게도 "옥에 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0대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된 이정현의 신들린
연기와 가냘프면서도 강인한 그녀의 캐릭터를 최대한 살려낸 감독의
공력은 이 영화의 단점을 충분히 감싸준다.
영혼의 밑바닥을 훑는 장중한 선율의 음악도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9일자).
전국 30개극장에서 동시 개봉된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제작초기부터 대규모
시위군중과 계엄군 발포 등 충격적인 장면들로 CNN을 비롯한 세계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개봉전 영국 메이페어사에 한국영화사상 최고액인
48억원에 수출돼 화제를 모았다.
제작사인 미라신코리아 (대표 안병주)는 이 영화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을 감안, 개봉 전날인 4일밤 서울 부산 등 5대도시에서 전국 동시
시사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최윤 소설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를 영상으로 옮긴
이 작품은 16년전 그날의 "원죄"로부터 한시도 자유로울수 없는 우리시대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5월 광주의 모습을 흑백 무성영화처럼 비추면서 시작된다.
조각난 기억을 끼워맞추듯 간헐적으로 재생되는 화면은 상처받은
15세 소녀 (이정현)의 영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공사장 인부 장 (문성근)과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소녀의
슬픔은 영화가 전개될수록 엄청난 무게로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계엄군의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어머니.
"살아남기 위해" 죽어가는 어머니의 꼭 쥔 손을 발로 짓밟아 떼내며
도망친 소녀는 죄의식에 시달리다 미쳐버린고 만다.
흑백과 반컬러로 두차례에 걸쳐 보여지는 이 장면은 국기하강식과
겹쳐 또다른 시대적 아픔을 상기시킨다.
모든 사람들이 애국가와 태극기앞에 멈춰서 있는 "정지된 시간" 속으로
빨간 투피스차림의 소녀가 혼자 걸어가는 화면은 "쉰들러 리스트"에
나오는 빨간외투의 꼬마를 연상시킨다.
흑백과 빨간색의 극단적인 대비는 소름끼치도록 잔인한 감동을
연출한다.
마지막부분에 삽입된 나레이션은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좀더 설명적으로
전하고 있다.
"혹시 찢어지고 때묻은 치마폭 사이로 맨살이 행여 당신의 눈에 띄어도
아무것도 보지 못한듯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 주십시오.
당신의 옷자락이나 팔꿈치를 잡아당겨도 부드럽게 떼어놓아 주십시오"
그러나 "무서워 하지도 말고 그저 관심있게 보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라는 끝귀절에 오면 맥이 빠진다.
원작에 충실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안타깝게도 "옥에 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00대1의 경쟁을 뚫고 발탁된 이정현의 신들린
연기와 가냘프면서도 강인한 그녀의 캐릭터를 최대한 살려낸 감독의
공력은 이 영화의 단점을 충분히 감싸준다.
영혼의 밑바닥을 훑는 장중한 선율의 음악도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