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배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29일로 취임 1백일을 맞았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으로 경제계가 어수선하던 지난해 12월21일
통일부총리에서 자리를 옮긴 나부총리는 그동안 뚜렷하게 남긴 업적은
없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거시경제를 운용해왔다는 면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연초에 급등했던 물가가 안정세로 돌아섰고 급격한 하강이 우려되던
경기도 비교적 안정적인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나부총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은 풀어야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경기연착륙의 토대는 마련됐다"며 "연초에 설정한
물가상승률 4.5%, 경제성장율 7-7.5%의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근 확대되고 있는 국제수지 적자와 관련, "국제수지 적자의 주범인
수출입차이가 3월부터는 호전돼 1.4분기중 무역적자는 45억달러에 그칠것"
이라며 연말까지는 경상수지 50억-60억달러 적자라는 당초 목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부총리는 앞으로 고금리 고물가 고임금 등 우리경제의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를 바로 잡는데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으로부터는 나부총리가 거시경제 운영에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지만 각론으로 돌아와서는 선거용 대책을 적지않게 내놓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거래세율 인하, 부도업체의 부가세면제등 선심성 세금경감조치를
잇달아 발표한 반면 소득세 상속세등 근본적인 세제개편은 손도 대지 않고
선거후로 미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금융분야 규제완화도 은행점포신설 자유화등 미세한 부분만 건드린채
금융기관 신설자유화, 여신관리대상 축소, 부동산취득승인제 폐지등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부분은 뒤로 미루었다.

그렇긴 하지만 종전 부총리들에 비해 전반적인 규제완화 대상을 발굴하는데
적극적이었다는 점과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데 애썼다는 면에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 만하다.

<김선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