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 노동부 직업능력개발 심의관 >

얼마전 30대그룹 기조실장을 초청하여 조찬간담회를 한 적이 있다.

이날 회의의 목적은 고용보험제도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는 재직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시책과 금년도 임금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30대그룹이 중소협력업체 근로자를
위해 교육훈련을 실시할 경우 교육훈련비용의 90%를 지원토록 하고 있으니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서 상대적으로 교육기회가 적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직무수행 능력을 개발.향상시키는데 솔선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300인이하)은 17만5,938개소로 전체 기업의 98.8%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67.2%에 해당한다.

그러나 중소기업근로자의 능력개발을 위한 자체 교육훈련시설을 가진
업체는 22개소로 전체 기업의 0.013%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비해 대기업의 경우 교육훈련시설을 보유한 업체는 300여개소로서
대상기업의 14.2%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금 우리경제에서 가장 구조적이고 해결하기 힘든 과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문제이다.

정부는 건전한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워낙 뿌리깊은 문제라 쉽게 해결되지 않는 실정이다.

중소기업(30인미만)과 대기업(500인이상)의 임금격차는 1:1.37로서 점점
차이가 벌어지고 있고, 복지수준도 중소기업이 따라 잡기에는 요원한
상황이다.

산업재해자도 74%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어 작업환경 또한 매우
나쁘다.

따라서 중소기업에는 일손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 경영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인력난이 손꼽히고 있다.

요컨대 빈익빈 부익부 현상, 즉 경제의 이중구조현상이 우리경제의 건실한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체제를 다지면서 중소기업의
근로자등의 능력을 개발하는데 대기업이 적극 나설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제도는 우리 경제의 이중 구조를 해결해 줄수 있는 하나의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발표한 S그룹의 협력회사에 대한 인력개발 지원사례는
이러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그룹은 협력회사에 대해 기술지원과 현금결재, 환경안전딘단 무료실시등
각종 지원시책과 함께 5년전부터 협력회사 인력개발센터를 운영하여 왔다.

이렇게 교육지원을 하게된 배경은 중소기업은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여력이
없어 이를 그대로 놔둘 경우 결국 자사 브랜드의 질적경쟁력 약화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이 사업을 운영함으로써 모기업과의 상호신뢰가 형성되어 부품공정불량률이
50%이상 개선됐고 제안건수도 연간 1만건이상 달성하고 있으며 협력회사의
국제인증획득도 년간 100개사 이상으로 확대돼 전반적인 부품의 품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이 그룹은 금년부터 노동부의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교육훈련기관으로
지정받게 됨에 따라 협력업체에 대한 교육운영비 부담비율이 종전 50%에서
20%로 경감되었고, 협력회사로서도 고용보험료 납부총액은 56억원인데 비해
이 교육에 참가함으로써 환급받는 금액은 약 100억원으로 납부액의 180%를
되돌려받는 혜택을 받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이 그룹은 협력업체 전용연수원을 확대하고 공동직업훈련원과
기술대학을 설립하는 등 중소기업근로자를 위한 첨단연수원으로 변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 회사는 중소기업근로자와의 공생관계를 구축하여 한가족으로
끌어 들임으로써 험난한 국제경쟁력의 파고를 함께 이겨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모델은 현상적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정부정책, 그리고 이에 호응하는
기업의 적극적 자세가 일궈낸 합작품이라 할 것이다.

이제 건강한 중소기업근로자 없이는 우리경제의 견실한 발전은 기대할수
없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협력적 수직분업을 통해 치열한 국제경쟁을
이겨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