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차업계는 조달청이 전동차입찰때 제시하는 입찰예정가(예가)가 제작
원가보다 터무니없이 낮아 적자누적요인이 되고 있다며 현행 최저가입찰제
를 거부하고 나섰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한진중공업등 철차3사는
최근 조달청이 발주한 서울~일산간의 일산선 전동차 30량(구매예상가격
1백85억원)과 수도권 전철1호선 증편용 2백20량(1천25억원)등 총2백50량에
대한 입찰에서 구매예상을 두배가까이 웃도는 한량당 8~9억원에 응찰,
입찰이 유찰됐다.

조달청의 구매예상가격은 지난해 서울시와 부산시의 전동차 낙찰가격인
4억~4억5천만원을 기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이번 일산선과 과천선의
구매예가는1양당 4억8천만원이다.

철차업계는 "지난해의 경우 일감이 절대부족한 상태에서 물량확보를
위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제작비이하로 출혈응찰한 탓으로 업체마다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며 "덤핑수주에 따른 채산성악화를
막기위해 현재와 같은 총액채택방식의 최저가입찰에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관계자는 "조달청이 지난해의 덤핑수주가격을 기준으로
한 현재의 구매예가로는 응찰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철차업계는 이번 일산선과 1호선입찰에서 예가보다 훨씬 높은
8~9억원선에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고액입찰은 현재와 같은 최저가입찰방식에의한 수주로는 적자가
누적되는 데 따른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앞으로입찰에서는 "제값받는
입찰"을 하겠다는 의지표시로 풀이된다.

지난해의 경우 대우중공업이 전동차부문에서만 1천억원, 한진중공업과
현대정공이 4백억~6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업계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만들면 만들수록 적자를 보게 되는데다
중소협력업체도 납품가인하에 따른 경영난과 품질불량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지난해의 덤핑낙찰가격에 기초한 예가책정방식을 지양,
제작비원가를 고려한 입찰을 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조달청은 "철차업계가 예정가이상으로 입찰가를 써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3사가 약속이나 한듯이 고액에 응찰한 것은
사전에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조달청은 내달초순께 2차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나 구매예가와 업체들의
응찰가격차가 워낙 커 당분간 유찰사태가 빚어질 전망이다.

<이의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