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통 슈퍼마켓사업부 공세연 공산품구매팀장(42)이 요즘 만나는
사람들중 절반은 경쟁업체 사람들이다.

얼마전까지 "적"으로 여겨온 해태유통과 한화유통의 실무자들과 식사는
물론 소주병을 기울일 때도 많다.

올해 그에게 맡겨진 업무가 경쟁업체와의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LG 한화 해태 등 슈퍼마켓업체들이 일궈낸 유통업계 최초의 공동구매는
그의 첫 성과물이다.

3사의 상품팀장들이 자주 만나 마음을 열고 고민을 털어놓아 이같은
결실을 맺게됐다고 공부장은 말한다.

할인신업태 등장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슈퍼마켓운영업체 사이에
자연스럽게 "같이 뛰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LG 한화 해태 등 3사는 최근 10여개 수입상품과 일부 국내상품을 공동
구매했다.

공부장은 3사공동구매모임에서 자사의 기존 거래조건과 실패사례를
거짓없이 털어놓는 솔직함으로 이같은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 대해 그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한다.

"3사가 모여 구매력이 커진건 사실이지만 국내제조업체의 문턱은 아직까지
높고 제조업체에서 제시하는 구매조건도 흡족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그는 지적한다.

때문에 그는 요즘 공동PB상품을 개발하는데 힘을 쏟아붓고있다.

3사가 공동구매로 사들일 경우 10%정도 매입가격을 낮출수 있지만 공동
PB상품으로 개발하면 같은 품질의 제품을 20~30% 싸게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대형할인업체에 맞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공동구매에서 상품
공동개발 공동판촉으로 범위를 넓혀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있다.

결국 협력체제를 강화하는게 앞으로 그가 해야할 업무인 셈이다.

< 권수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