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사는 반도체메모리의 가격하락으로
메모리수요 전망의 불투명감이 높아지는데 따라 미 일 유럽 아시아의 각
거점 사원채용계획의 조정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일본현지사에선 중간채용자의 모집을 경기가 호전될때까지 중단키로 했으며
타국.지역에서도 채용계획을 당초의 계획이하로 줄이도록 억제에 나섰다.

TI는 중장기적으로는 적극적인 설비투자계획을 줄이고 있지 않지만 한편
으로는 채용계획을 유연하게 조정함으로써 시장상황의 변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TI는 3월들어 세계각지 현지법인에 올해 채용계획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하고
이에 따라 각 현지법인이 가능한한 빨리 미국본사에 수정안을 제출하면
본사는 이를 토대로 조정을 서두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TI는 20억달러를 투입, DSP(디지털신호처리용IC) 전용공장(97년 가동
예정)을 건설하는등 중장기적으로는 의욕적인 설비확충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다만 메모리가격의 하락등에 대응, 최근 96년 세계의 반도체시장 성장률
예측을 당초의 26%에서 20%로 하향 수정하는등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일본등의 반도체메이커사이에선 TI처럼 채용계획을 조정, 앞으로의
시황 수급동향 변화를 예의 주시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95년의 반도체경기는 퍼스컴뿐만 아니라 게임기 통신등 멀티미디어를
의식한 새로운 기기의 개발이 잇따라 반도체수요를 폭발적으로 증대시켰다.

그러나 새로 개발된것 모두가 팔린것은 아니어서 올해말께에는 과잉재고의
조정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재고조정국면이 예상보다 빨리 온 것이다.

최근 동남아가전품시장에서는 전반적으로 판매 감속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프린터등 퍼스컴주변기기나 TV는 아직 건실하지만 오디오 비디오기기등의
출하량은 전년수준을 밑돌고 있어 각사 모두 재고처리 압박을 받고 있다
한다.

그러나 퍼스컴이나 네트워크화한 전자기기의 수요는 착실해 반도체시장이
중장기적으로 확대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틀림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상장기업의 지난해 경상이익은 94년에 비해 57.7%나
늘어났는데(매출액은 22.7% 증가) 물론 자동차부문의 신장도 괄목할
만하지만 전자, 특히 반도체가 선도적 역할을 했다.

그러한 결과 경상이익의 톱은 메모리반도체 판매로 세계 제1의 자리에
올라있는 삼성전자로서 작년보다 무려 2배나 신장한 3조359억원(2위
한국전력공사 1조4,534억원의 2배이상에 상당)을 기록했다.

반도체의 수출이 우리기업 매출액과 경상이익 고신장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엔고 메리트의 퇴조에다 메모리반도체가격의 하락등 반도체경기의 선행
지표는 불투명감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기업들,특히 반도체관련기업의 향후 경영전략에 보다 신중성이 요청
되는 시점이라고 할 것이다.

배재동 < 서울 강동구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