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 대통령이 일본과 러시아방문에 앞서 오는 4월16일 제주도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그의 한국방문은 한반도 안정을 위한 한-미간 긴밀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느껴지는 시점이기 때문에 특히 의미가 있다.

최근들어 한반도의 긴장상태는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심각한 식량부족등 경제파탄속에서 권력승계도 지극히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내부 상황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무력도발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게 국내외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게리 럭 주한 미군사령관은 북한의 조기 붕괴가능성을 점치면서 전투기를
비무장지대 인근까지 전진배치하는 등 최근의 북한군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양국 원수가 직접 만나 한반도 정세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대처방안을 논의하게된 것은 매우 잘된 일이다.

클린턴의 이번 한국 방문이 일본및 러시아 순방에 앞서 이루어진다는 것도
그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한-미 양국 정상간에 논의된 내용들을 토대로 동북아의 안정을 위한
협조방안을 일본및 러시아에도 제시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동북아 정세는 중국-대만간 긴장국면 등 변화가 많았기 때문에
클린턴의 일본및 러시아 방문에서 이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반도는 보스니아 등 분쟁지역의 평화정착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세계 유일의 긴장지역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클린턴의 러시아 방문에 이어 오는 4월24일에는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강택민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게 돼있어 이번 한-미 정상
회담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네 강대국간 연쇄 정상회담의 시발점이
된다고도 볼수 있다.

제주 회담에서는 그동안 한-미간에 다소 견해차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미국의 북한 접촉문제도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여 특히 관심을 끈다.

미-북한 접촉은 그동안에도 그래왔지만 한-미간의 긴밀한 사전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그것은 또 남북한 당사자회담과 연계될수 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기도 하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한 당사자 회담을 재개하는 것이 미국및
일본과의 관계정상화나 경제난 타개를 위해 긴요하다는 것을 북한이 깨닫게
되도록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있을수 없다.

KEDO(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 문제에서 보듯 북한에 실질적인 지원을 줄수
있는 나라는 한국 뿐이라는 점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바로 그 같은 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킬수 있는
첩경이라는 점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보다 분명히 하는 계기가 돼야할 것으로 본다.

클린턴의 이번 한국 방문이 불과 3~4시간에 그치고 그 형식도 실무방문
(Working Visit)이라는 점을 들어 양국 정상회담의 의미를 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의전적인 행사가 중요한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