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시대에 제품이미지를 높이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이미지가 추락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날개없는 상황이 된다.

제품홍보도 가격할인도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하게 된다.

요즘 광우병 소요에 휘말리고 있는 영국 축산업이 이런 상황이다.

굳이 유럽연합등이 수입규제를 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은 영국산쇠고기에
이미 등을 돌렸다.

영국정부가 "광우병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고 발표했으나
외국은 물론 영국내에서도 이를 믿으려는 소비자는 없다.

게다가 이탈리가 수입상들이 영국산 양고기의 수입을 거부하는등 다른
축산업에까지 그 불똥이 튀고 있다.

이러다간 영국 축산업 전체가 도산할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확산되는
분위기다.

현재 광우병에 전염된 영국소는 4백50만마리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영국 축산업이 잃어버린 신뢰도를 되찾기 위해서는 사육중인 1천
1백여만마리의 소를 모두 도살한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게
일반론이다.

3백억달러 상당을 지불하는 엄청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문제는 광우병 소동이 급작스런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8년전부터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94년에는 독일이 영국소의 수입을 금지했다.

영국인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섰더라면 영국 축산업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믿고 있다.

내년 5월이전에라도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일고 있다.

"설마"하면서 정부가 수수방관하는 사이에 영국축산업이 뿌리채 흔들리고
정권까지 궁지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