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고독한 존재라고 한다.

외로움은 국내에서 보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생할할 때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필자는 수년전 혼자 미국 연수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밤늦게 대학원 강의가 끝나고 가을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소리를
들으며 대학 캠퍼스를 홀로 걸어나오느라면 서울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마냥 그립기만 했다.

이럴 때 필자가 찾곤 한 곳이 윌셔거리에 있는 LA한국총영사관이다.

총영사관에 가면 우리 공무원들을 만날수 있을 뿐만 아니라 LA지역에
거주하는 공직자들의 소식도 들을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총영사관과 남가주대학교를 오가면서 여러 사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운동과 여행도 함께 하면서 우정을 두텁게 했다.

귀국후 우리는 모임을 갖고 그 명칭을 우리 총영사관이 있는 거리명을
따서 "윌셔(Wilshire)모임" 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회원은 19명인데 50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사실 50대라면 바둑으로 치면 초반전-중반전을 거쳐 종반전에 접어든
연령층인데 6.25를 몸소 겪고 4.19, 5.16을 거치면서 일만하고 살아온
세대라 할수 있다.

우리 모임은 그저 적당한 한식집에 모여서 즐겁게 정담을 나누는 것을
상례로 하고있다.

여기 게재된 사진은 지난 3월20일에 회원중 한 사람인 김진호 잠비아
주재대사가 일시 귀국했기에 귀국 환영모임을 가지고 찍은 모습이다.

그 자리에서 우리 회원들은 아프리카 현지생활과 북한의 난민문제
등을 김대사로부터 실감있게 들을수 있었다.

우리모임의 회장은 제일 연장자인 서창희 성업공사 부사장이 맡고
있으며 간사로 부지런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홍춘의 총무처 국내훈련
과장이 애쓰고 있다.

주로 공직자로 구성된 "윌셔모임"의 회원은 진영호 (서울 성북구청장)
한대수 (총리실 공보비서관) 이건춘 (중부지방국세청장) 윤성균 (관세청
지도국장) 이향열 (건교부 차관보) 이종성 (재경원 세제총괄심의관)
유영우 (마사회 이사) 김호길 (총무처 국장) 정락균 (감사원 과장)
윤덕중 (감사원 감사관) 정수부(법제처 국장) 정국진(교육부 편수관)
송노익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김영호 (총무처 부이사관) 및
구봉회 (개인사업)씨 등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