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임 <대우경제연 선임연구원>

국제펄프가격은 침엽수표백화학펄프(SwBKP)기준으로 95년 10월 t당
865달러에서 96년 3월에는 450달러로 급락했다.

국제펄프가격이 갑자기 내린 것은 주요 펄프소비국인 선진국의
종이소비증가율이 둔화하여 펄프재고가 늘었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의 펄프재고를 알 수 있는 NORSCAN (북미와 스칸디나비아 3국)
시장 펄프재고는 96년 2월 251만t으로 펄프가격이 오를때 재고인 120만t에
비해 많이 늘었다.

또한 인도네시아와 브라질등 개발도상국가들이 증설물량을 출하하면서
가격을 대폭 낮추기도 했다.

96,97년 국제펄프가격은 현재 상태에서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
된다.

선진국 경기가 연착륙함에 따라 종이류 소비증가세는 둔화되지만 주요
펄프 제조업체들이 손익분기점 가격인 t당 600~650달러보다 낮은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 조업을 단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폐지가격도 펄프수요 감소로 떨어졌지만 다시 강보합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펄프가격 하락이 국내 제지회사에 주는 영향은 크다.

우리나라는 화학펄프 사용량의 약 8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펄프가격이 내려가면 원재료비 부담은 낮아진다.

그러나 국제펄프가격하락은 펄프 주생산국인 선진국의 경기하강으로
종이류소비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어서 수출위주의 산업구조를 지닌
우리나라 경기에도 영향을 준다.

우리나라 경기부진으로 지류 소비증가율이 낮아지고 가격도 떨어져
제지회사들의 이익은 줄어든다.

또한 국내 제지회사들은 이 시기에 대부분 설비를 늘렸기 때문에 고정비
부담이 컸다.

우리나라 상장 제지회사들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은 95년 4.6%에 비해
96년에는 3%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92,93년과 같은 심각한 상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92,93년 경상이익률은 각각 2.6%,-1.8%로 낮았다.

이같은 전망은 펄프가격이 곧 반등하여 지류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제지회사들은 설비를 92,93년과 같이 일시에 큰 폭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95년부터 98년까지 완공시기를 조절하고 있다.

국내경기가 96년말을 고비로 호전되면 국내 종이류소비가 늘어나고
수출도 증가하여 증설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제지회사인 미국의 인터내셔널 페이퍼사의 주가는 95년 7월을
최고점으로 떨어졌으나 96년초부터는 경기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폭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지업종 주가지수는 95년 1월 1,829를 최고점으로 계속 하락
하여 96년 3월 970대에 머물고 있다.

97년에는 경기회복으로 우리나라 제지회사들의 수익성이 좋아져 96년
하반기부터는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