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한국 작가들의 그림가격 객관성 문제이다.

특히 내년부터 미술품 해외시장이 개방되면 과대평가된 국내 고가의
작품들이 하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현재 한국의 생존작가중 최고가를 형성하는 것은 100호를 기준으로 50만
달러(달러환산)를 넘지 않고 일반 중견작가들은 2만달러에서 2만5,000달러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생존 해외작가인 제스퍼 존스나 리히텐 슈타인, 데이빗 호크니등은
수작일 경우 200만달러이상, 경우에 따라 1,000만달러이상에도 거래되는
작가가 있다.

며칠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운보 김기창의 구작 1점(1953년작 10호)이
1만3,000달러에, 박수근의 작품(1961년작 3호)이 29만5,000달러에 팔렸다.

이는 운보는 호당 100만원, 박수근은 호당 8,000만원으로 어디에서 팔렸든
그 가격이 통용되는 시장이 있으면 가격은 형성됨을 시사한다.

결국 시장개방은 오히려 한국미술시장의 객관화 조성과 새로운 수요창출에
한몫을 할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가격의 객관성을 검증받을 기회가 없었고 좋은 작품과 그렇지 못한 작품의
구분없이 거의 일률적으로 호당가격을 적용하는 전근대성이 개선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으며, 젊은 작가의 작품일지라도 실력있는 외국화상의 주목을
받으면 얼마든지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해외 미술품 개방에 단기적인 조정은 필요하겠지만 결국 피할수 없는
일이라면 이를 우리 미술시장에 어떻게 발전적으로 적용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해외 개방이 되더라도 어떤 작가들에 관심을 기울일 것인가.

첫째 미술사적 맥락에 맞는 개성적인 작가의 작품을 주목하자.

작품의 우열을 쉽게 판단할순 없지만 동시대의 주요한 흐름 속에서 개성을
보이는 작가는 시대성을 대표할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최근 2~3년간 빈번한 초대전을 갖고 주목을 받는 소장작가의 작품은
일단 위험하진 않다.

그러나 오르는 가격을 따라서 사는것보다 한 템포 빨라야 한다.

셋째 반드시 믿을만한 화랑을 통해서 구입하도록 하자.

몇년후 되팔아야 할 경우나 다른 그림으로 바꾸고 싶을때 판매를 의뢰하는
곳은 대부분 기성 화랑일수 밖에 없다.

싸게 산다고 작가에게서 직접 구입하면 나중에 되팔기가 어렵다.

넷째 진위여부가 의심스러울 경우 확실한 감정서를 받을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해외작가의 경우 국제적으로 매매할수 있는 것으로 해외경매에서
쉽게 환금될수 있어야 한다.

이외에 세세한 부분을 거론할수 있지만 미술품의 환금성에 대해 한가지만
더 말한다면 그림을 산후 3~4년은 기다려야만 한다.

미술품 투자에 조급함은 금물이다.

< 가나미술문화연구소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일자).